일상
가을
방바닥
2008. 9. 28. 23:47
반팔 출근을 당연히 여기고 있던 아침, 갑자기 "얘야. 날씨 춥데, 긴팔입고 가라" 어머니 말을 들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라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기에 '덥기만 해봐라' 하며 긴팔을 챙겨입고 나오니 매서운 바람과 뚝 떨어진 기온에 어깨를 바짝 움추렸다. 퇴근할 때는 동기의 '너 과장님 같어. 그걸 왜 입고 다녀' 라는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회사 이름이 쓰여 있는 연한 갈색 외투를 껴 입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가을이었다.
쌀쌀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분류' 덕에 12시라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지만 날짜가 변했고 12월 31일과 1월 1일의 구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계절의 구분 역시 아무도 모르게 슬쩍 왔다갔다 하는 줄 알았건만 올 여름과 가을은 인간이 만들건 말건 확실한 경계가 지어진 듯 하다.
올 여름은 어떻게 보냈지. 더웠었나. 평소 별 생각없이 살아서 그런지 이렇게 무언가 변하는 순간의 끝자락과 시작에 서게 될 때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지만 머릿속은 언제나 깨끗하다. 작년에도 그랬고 내년에도 그럴 듯.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조급한 마음에 어찌 생각하고 어찌 행동해야 나이값을 할까 라는 것을 고민만 하다 인생 다 보낼 것 같다. 나이만 쳐먹고 어른이 되지 못하면 그것도 참 꼴사나운데. 추워진 날씨에 그래서 더욱 번쩍 정신이 든다. 아, 곧 겨울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