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대생의 한계(?)

방바닥 2007. 3. 14. 00:12
"자..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는데 그 곳에다 설탕을 넣었어요. 그리고 계속 반죽을 합니다. 그렇다면 밀가루 곳곳에 분포된 설탕을 다시 모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렇습니다. 왜 그렇죠?"
공대생 원씨 :(옆에 앉은 또 다른 공대생 요달에게)야.. 이게 엔트로피의 증가 감소 아니냐? 열역학 제 2법칙에서.....
"이것이 바로 이론과 실제가 맞지 않는 한 예입니다. 샬라샬라 환원론이라고 하는데...."
...............................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사람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죠?"
공대생 원씨 : 세포와 단백질....
"눈, 코, 입으로 이루어져 있죠?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되는 것과 같은 겁니다"



대학 입학 후 필수 교양을 빼고 처음으로 제대로(?)된 인문학 교양 "사회학의 이해" 시간에 일어났던 일이다. 과도관에서 하는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공대생은 10명이 채 안되었고 심지어 "사회학과" 학생들까지 머나먼 참살이길을 건너 수업을 들으러 앉아 있었다.
한계, 라기 보다는 생각의 차이, 그리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능력에서, 문과생과 이과생의 간극은 생각 이상이었다. 맥주를 보며 뭐가 떠오르냐는 질문에 '황산구리 수용액'이라 답하고, 그라데이션 무늬의 옷을 보고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리트머스 종이를 댔다가 땐 것 같아', 라고 말하는, 뼛속까지 공대생인 우리들.

"세계화의 시작은 언제로 볼까요?"
"구소련의 붕괴로 인한 냉전 종식과....."
"경제적으로 본다면 금융시장이 개방되었던...."
"OECD가입으로 인해 시작된 세계화의 바람에 견주어...."

공대생 원씨 : (옆에 앉은 또 다른 공대생 요달에게) 이 새끼들 모하는 새끼들이냐-_-;;;;
공대생 요달 : 당신은 반도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묻고 싶다 야;;;

양쪽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균형적 시각과 지식을 겸비한 사람이 되고프지만, 고등학교 2년, 재수 1년, 대학 2년동안 밤을 새며 피와 살로 빚은 이 공대생의 지지리도 공대같은 마인드는, 쉽게 변할 것 같지가 않다. 그나저나, 나도 문대쪽에서 '재료공학의 이해' 같은 수업 생기면 들으러 가야겄다. 말이 안된다. 사회학과 학생이 교양으로 사회학의 이해를 듣다니-_-;; 공대생이 만만해 보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