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해서 행복한 최재천 교수
"여러분, 과학자라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요?"
동그란 안경에 숯이 적은 짙은 회색 빛 머리칼, 마치 아인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외모의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과장 된 몸짓과 조목조목한 목소리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 잡았다. "왜 그럴까? 라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 해요. 개미는 왜 그렇게 할까? 하고 말이에요"
2월 9일 오전 10시. 강원도 지촌초등학교 지암분교 29명의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최재천교수의 강의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들 조차 지루하게 여길 법 한 강의시간,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커다란 멀티비전의 개미와 원숭이의 사진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게 거북이 개미에요. 머리가 꼭 거북이 껍질처럼 생겼죠? 이걸로 집 입구를 막아서 다른 개미들이나 곤충들이 못 들어오게 막는 거에요" "신기해요" "우와 재밌다" 천진난만한 저학년 학생들의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긴 팔 원숭이와 개 코 원숭이, 까치 등 연구실에서 직접 연구하고 있는 대상들에 대한 설명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며 밝은 웃음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는 누구나 손을 내두를 법 한 아이들의 산만함을 억누르기에 충분했다.
산간 마을의 작은 초등학교를 돌며 강의를 한 지 7, 8년째. 끊임 없는 연구 활동과 강의 준비에 바쁠 법도 하지만 손 수 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열심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윤기자랑 친한데 이 친구가 하도 와달라고 하기에.." 라며 농을 건냈지만 "과학은 재미있다. 그리고 길이 존재한다" 라는 말로 과학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대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것보다 쉬운 말을 사용해야 하고 집중력을 분산시키지 않게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수업 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최재천 교수. 하지만 "아이들에게 과학은 늘 우리 주변에서 관찰 할 수 있고 또 쉽게 과학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개미와 같은 친근한 주제를 통해서 과학이란 바로 삶이며 내 옆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라며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듯,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강의 말미메 "알면 사랑한다" 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는 그의 모습은 자못 진지했다. 비록 어린 아이들이지만 "이공계 위기는 없어요. 과학 하면요, 돈 정말 많이 벌 수 있어요. 제가 지갑에 항상 20만원씩은 넣고 다니거든요. 여러분 점심도 사 줄 수 있어요" 라는 말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말을 건냈다. "여러분, 저도 돈 충분히 많이 벌고 있어요. 그리고 핸드폰을 만든 기업의 사장님들 있죠? 돈 정말 많이 벌어요"
그의 과학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과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좀처럼 발을 들여 놓지 않으려 하는 기피 현상에 대해 얼마나 큰 안타까움을 갖고 있는지 엿 볼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이공계에 몸을 담고 있는 YEHS 회원들의 미래상에 대한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노력 덕분인지, 아이들은 과학에 한 층 가까워 진 모습이었다. "원래 꿈이 아니었는데요, 교수님 강의를 듣고요 과학자로 바뀌었어요" 라며 수줍어 하는 이다은(6학년)학생. 부디 그의 노력의 결실로 십수년 뒤 훌륭한 과학자로 이름을 빛내길 기대해 본다.
-YEHS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