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관심

방바닥 2008. 7. 28. 00:21

 뉴스를 보려고 안방 침대에 누워 티비를 켰더니 축구를 하고 있었다. 올림픽 대표 경기였던 것 같은데 예선인지, 그냥 평가전인지 하여튼 빨강티에 하얀 바지를 입은 11명의 올림픽 대표 축구 선수들의 모습이 괜시리 낯설었다. 언제부턴가 '축구' 에 열광했던, 행여 한국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못나가면 어쩌지, 아시안 게임에서 최소 4강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큰일인데 하던 내가 월드컵을 가던 말던, 올림픽에서 중국에서 지던 말던 별 관심이 없어졌다. 그러고 보니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10위를 하던 4위를 하던, 예전과 같은 아쉬움과 기쁨은 없을 것 같다. 무심해진 건가 아니면 애국심이 사라진 걸까. 그것 보다는 그 이외에 신경 쓸 일들이 너무 많아서일까.
 격투기에 대한 관심도 그렇다. 집에 케이블이 달렸던 2005년 말부터 K-1, 프라이드의 선수들의 면면을 섭렵하며 친구들과 경기를 예측하거나 평을 내면서 달려 들었던 관심이 이제는 스포츠 뉴스에서 짤막히 들어오는 이야기를 듣거나 채널을 돌리다 걸리게 되는 잠깐씩의 장면에서 대충 돌아가는 소식을 알게 된다. 그래도 바다 하리의 발전된 모습은 너무도 최고. 그러고 보니 우리의 WWE를 또 빼놓을 수 없겠구나. 스토리를 쫘악 뚫고 있었던 2년전의 관심은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 전 지나가다 보니 마크헨리가 챔피언이더만.
 스타 크래프트를 빼놓을 수 없다. 작년 초만 해도 집에 오는 날이면 쇼파에 누워 서너시간 동안 게임 티비를 보며 전략을 배웠던 내가 '여전히 인기가 죽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채널을 돌려 버리니 그 관심을 빼앗은 또 다른 관심은 무엇일까.
 
 내가 어떤것에 관심을 가지던 말던, 그것이 지금의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살짝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나 부모님이 하는 말씀이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영어 공부를 했으면, 경제 공부를 했으면 등등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10년 뒤, 나는 지금의 관심거리에서 벗어나 또 다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 둥둥 띄어 놓을 것이 확실하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을, 내가 관심있는 주제에 쏟아 부었던 시간들을 조금 더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누군가 그랬다. "행복한 시간은 의미가 없다. 힘들었던 시기만이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건 말건 지금 내가 힘쓰고 있는 모든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또 나중에 이 일을 회상하면서 '시간낭비였어' 라는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란다.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골치아픈 일이지만 내가 써버린 시간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오, 더욱 슬픈일일테다.
 그러면서 따져보니 원씨가 태어나 살아온지 9445일을 지나고 있다. 슬픈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