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방바닥 2009. 3. 4. 00:06

 얼마 전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선배, 누구 알죠? 어때요?" "뭐 괜찮지. 근데 남자친구 있어" 라는 나의 말에 그는 "아니 그건 아는데.. 학교에서 만났는데 나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계속 쳐다보더라구요. 옆에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래서 그냥 지나쳤다가 뒤로 또 돌아보니까 또 나를 보고 있는거에요" "그래서?" "한 번 말걸어 볼까 하고요"
도시락 싸갖고 다니며 말리려다가 경험을 해봐야 깨닫겠거니, 하는 마음에 관두었다. 남자들이란 하여튼.

 어쨌든, 간만에 흥미로운 영화 한편을 봤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보는 내내 어디서 한번쯤 봤던 이들의 연속적인 출연에 멍하게 입벌리고 정신없이 보다보니 약간 개운하지 않은, 회색 양복 바지 입고 소변 보고 나왔는데 바지 자크 주변에 알알이 박혀있는 수분의 흔적을 봤을 때의 기분이랄까 뭐 하여튼, 그런 느낌이었다. '그' 만 당신에게 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녀' 역시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