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그럴듯한 진보

방바닥 2007. 11. 29. 12:13

 얼마 전 여러 언론 매체에서 국민들의 이념 성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사를 보았다. 아래 링크를 건너가 보면 국민들이 자신을 진보나 보수로 생각하는 비율은 거의 비슷하고 심지어 보수를 뛰어 넘는 여론조사도 찾을 수 있었다.

"국민 2명 중 1명, 나는 진보"
"중산층, 국회 정부 청 가장 불신"
"진보 보수 팽팽"

 약간 의문이 가는 것이 한국사회 전반이 보수적인 흐름에서 탈피할 수 없는 분위기임에도 왜 한결같이 자신들은 '진보' 라고 말하는 역설이 생기냐는 것이다. 자신이 진보임에도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으니 뭐 할 말은 다 했다만 우선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특히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 조차 진보가 무엇이냐, 고 물으면 그닥 할 말이 없는 것 자체가 첫번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좆도 모르는 나 같은 이들은 진보냐, 보수냐 물으면 "저는 자유주의자에요" 라고 답하곤 한다.
 두 번째 문제는 바로 "그럴듯한 진보" 에 있지 않을까. 예전에 3불 정책에 관한 토론을 하던 중 '3불 정책 폐지' 를 맡은 조에 끼어서 의견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3불 정책을 폐지하자는 거, 이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에요. 아니, 있는 사람들만이 뻔히 대학 잘 가자는 정책을 지지하는거, 이거 힘들거든요. 그런데 반대편에서는 할 말이 정말 많죠. 한 사람의 열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뭐 이런 것도 있고,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건데, 저희 쪽은 명분이 부족해요" 진보를 내세우는 이들, 어찌 보면 이런 그럴듯한 진보에 취해 정작 정 반대로 행동하면서 말로만 진보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을까.
 자신을 진보라 주장하는 이들이 한 번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