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글 빨

방바닥 2012. 3. 10. 21:26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비용을 지불하고 본다는 압박감은 상당히 크다. 지난 팀에서 인터넷과 신문에 글을 쓸 때는 빠르고 정확하게 써야 하는 부담이 컸다. ‘팩트’가 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짧은 글에 포함된 이름이나 단어를 확인하고 데스킹 보는 선배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처하기 위해 바쁜 취재원 붙잡고 꼬치꼬치 캐묻는 일이 다반사였다. 당일 오전, 혹은 오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상태를 풀지 않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었다.

월간과 일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깊이’와 ‘글 빨’이다. 월간지로 팀을 옮기자마자 몇 개의 아이템을 맡아 기사를 쓰고 있다. 내가 쓴 기사를 보려면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잡지를 사거나 인터넷으로 결제를 하고 난 뒤 읽어야 한다. 내가 쓴 글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이 고민에 며칠째 없는 글 실력을 쥐어짜고 있다. 주말 반납은 물론 12시까지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타다다닥, 열심히 글을 쓰다가 백스페이스 버튼을 길게 누르는 일의 반복. 글을 쓰고 10번 이상 고쳤는데도 재미가 더럽게 없다. 다시 써도 처음보다 나아지지는 않고 취재를 참 못했구나, 모르는 것이 너무 많구나, 이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만 더해간다. 이렇게 해서 드러나고 있는 것은 내 글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이번 아이템에 대한 취재가 굉장히 얕다는 것.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실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깊이 있는 글, 독자들이 읽었을 때 “으흠~”할 수 있는 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내 글을 통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는 글, 힘들다. 오늘은 언제 퇴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