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금요일

방바닥 2009. 2. 6. 13:00
 금요일 아침. 풀렸던 날씨에 잠시 긴장을 늦췄더니 삐져나온 속옷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의 찬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셔틀버스에 올랐다. 맨 뒷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대로 의자를 제끼고 눈을 감기 무섭게 불이 켜지며 셔틀버스를 정리하는 아저씨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때는 눈을 감고 별의 별 생각을 다하고 있어도 쉽사리 잠들지 않아 조그마한 공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몸을 뒤척이곤 했는데 오늘따라 3초만에 잠이 들었던 것. 개운한 입맛을 다셔가며 시간을 확인하니 7시 37분이었다. 아침을 먹고 들어갈까, 빠르게 고민하다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밥을 쑤셔넣고 58분에 사무실에 입성해 정신없이 인사하고 바로 체조를 하는 것 보다는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며 체조시간을 기다리는게 괜시리 '있어' 보일 것 같아 바로 사내셔틀버스에 올랐다. 옆자리에 앉은 직원의 근육이 부르르 떨리는 진동을 어깨쭉지로 전달 받으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금요일은 괜시리 즐겁다. 회사에 입사해 출근을 한 뒤로는 다음날 신경 안쓰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금요일과 토요일의 짜릿한 휴식이 내겐 너무도 크게 다가오는 듯 하다. 오죽하면 퇴근하고 버스에 오르는 그 때의 기분은 마치 학창시절 모든 시험이 끝이 나고 강의실을 나설 때의 기분과 흡사하게 느껴질 정도니. 비록, 다음 시험은 이틀 후에 시작이겠지만서도 말이다.
 일주일 단위의 생활패턴 덕분인지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시속 250km로 달리는 차의 경우 연비가 1km/l 라고 하는데 그만큼 내게 주어진 시간이 멍 때리고 느릿한 삶을 살 때보다 너무 값지게 느껴져 한편으로는 주체할 수 없는 시간에 정신을 놓을만큼 덜덜거리며 달력을 넘기기도 한다. 물론 월급날이 다가오는 것은 좋지만.
 언제나 시간을 잘 활용하자, 시간을 잘 쓰자고 되뇌이면서도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며 안되는 글발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시간 활용에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행동, 삶에 만족을 느낄 때는 과연 언제쯤일까. 점심시간이 끝이 났다. 아침 시간도 참 훌쩍 지나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