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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노래를 제대로 듣고 싶어서 얼마 전 멜론에 가입했다. 워낙 흐름을 타지 못하는 인간이다 보니 신곡 보다는 예전에 듣던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경향이 있는데 당췌 구할 길이 없더라. 귀가 닳도록 들었던 서영은의 노래들. 귀에 꽂고 있으니 출근 버스에서조차 잠이 오질 않는다.
노래를 찾다 보니 서영은이 부른 '아마도 그건' 이 있었다. 영화 과속 스캔들에서 박보영이 부른(직접 부르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아마도 그건' 은 가사를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노래가 참 밝게 느껴졌는데 서영은은 참 구슬프게 불렀다. 같은 노래가 참으로 다르다.
그런데 가사를 잘 들어 보니까 어찌 보면 살짝 미소 지으며 불러도 그런데로 맛이 나고 오만상 찌푸리면서 닭똥같은 눈물 뚝뚝 떨어트리며 불러도 또 그 노래 그대로의 맛이 살아나는 것 같다. 같은 노래가, 참으로 다르다.
한 친구가 애인과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는데 그 친구의 생각과 애인의 생각이 참으로 달랐다. 그 친구의 생각을 애인이 알게 되면 참으로 기분 나쁠것 같기도 하지만 속속들이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하는 연애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싶다. 전 애인과 비교를 하기도 하고 몰래 잠시 딴 생각을 한다거나 말하지 못할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만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추는 것. 언제나 '사랑'이라는 것을 불완전한 인간을 채워줄 수 있는 최후의 '기적' 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랑' 자체가 불완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서로 같은 '사랑' 을 하고 있지만 한 사람은 언제나 부족함에 목말라 하고 한 사람은 풍족함에 만족해 하는, 혹은 같은 '사랑' 을 하면서 한 사람은 불안에 떨고 다른 이는 그렇지 않다면.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는 것, 어쩌면 그걸 통해서 넉넉하게 서로 다른 사랑도 이해할 수 있을 때, 사랑을 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