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무한 경쟁
방바닥
2009. 2. 4. 21:28
2008 하반기 조합원 교육이 있었다. 1시부터 5시까지. 수요일 가족의 날이고 셔틀버스를 타는 구정문과 가까운 설계 1동에서 교육이 열렸기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일찍 끝나면 사무실로 들어오겠습니다" 라는 말에 씨익 미소를 띄우며 "정말 들어올거에요?" 라고 묻는 과장님의 말씀에 뜨끔, 다행히도(?) 4시 45분에 설계 1동을 빠져나와 일찍 끝난 것이 아니라는 자체 판단으로 셔틀버스에 올랐다.
교육 내용은 비슷했다. 경제위기의 원인과 신자유주의의 위기, 그리고 고용안정을 위해 왜 우리가 뭉치고 투쟁을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로 또랑또랑한 노조 임원, 그리고 왠지 잘 모르는 듯한 조합원 강사의 설명에 70%는 자고 20%는 간만에 만난 동기와의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질문 시간에는 쓰잘데 없는 "아침에 우유 2개 먹고 싶은데 하나만 가져가라고 합니다" 라는 정신나간 질문부터 시작해서 회사 생활시 느꼈던 불편함에 대한 많은 요구들이 쏟아졌다. 이래서, 노조는 필요하다.
기업 리크루팅을 위해서 학생을 끌기 가장 좋은 수단은 돈주고 사기 아까운 USB 메모리를 제공한다, 라는 상품 투척(?)과도 같이 오늘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은 '재무교육' 이었다.
돈을 모은 뒤 무엇을 살까, 의 순서가 아닌 그것을 위해 돈을 모으고, 단기 투자는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는 공격적으로, 72법칙 등과 같이 '돈' 을 모으는데 꼭 필요한 상식들과 생각할 '꺼리' 들을 강사는 던져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만약 55세까지 대기업에서 일을 한다면 모을 수 있는 돈의 평균은 14억, 허나 아이를 기르고 교육 시키며 집과 차를 사고 아둥바둥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은 16억. 2억 정도야 어찌어찌 매꿀수는 있겠다만(!?) 아이를 출가시키고 난 뒤 회사에서 떨어져나온 나는 무엇으로 은퇴 준비를 하는가, 라는 물음에 강당에 모인 08년도 입사자들은 허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담배 한 대 물며 오랜만에 만난 입사 동기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번에 우리 센터 11명 해고란다' 부터 시작해서 '연구원은 100명이라며?' 라는 카더라 통신, 그리고 '바로 옆 옆 팀에 몇 명, 또 그 옆 팀에 몇 명'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 것은 '우리팀도 있답니다....' 라는 노란봉투의 가슴 떨리는 공포였다.
점점 치열해지고 살기 힘들어진다. 앞으로 더더욱 유능한 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 들어올테고 그 속에서 살아남겠다고 죽을 때 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이 신세. 옆 팀 동기들도 토플 단어장을 펼쳐 놓고 다시금 영어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을 보니 이렇게 넋놓고 있다간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고 했던가. 역시나, 점점 삶이 무질서해지고 그 혼란 속에서 고개 내밀고 입이라도 뻐끔거리려는 미친듯한 물장구는 계속되어야 하나보다. 무한 경쟁의 사회, 지구촌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함께 약속하고 "앞으로 빡쎄게 살지 맙시다!" 라는 조약 하나 맺으면 어떨까, 라는 상무님 뺨때리는 어이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갑자기 찾아온 무릎의 고통을 힘주어 참으며 셔틀버스에 올랐다. 우스갯 소리로 자주 해 온 "역시 결론은 로또인가" 라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 소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젊은 혈기 원씨, 좌파를 흉내내고 싶은 원씨, 가슴이 따듯한 원씨, 라는 말이 부끄러워진다. 제길슨.
교육 내용은 비슷했다. 경제위기의 원인과 신자유주의의 위기, 그리고 고용안정을 위해 왜 우리가 뭉치고 투쟁을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로 또랑또랑한 노조 임원, 그리고 왠지 잘 모르는 듯한 조합원 강사의 설명에 70%는 자고 20%는 간만에 만난 동기와의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질문 시간에는 쓰잘데 없는 "아침에 우유 2개 먹고 싶은데 하나만 가져가라고 합니다" 라는 정신나간 질문부터 시작해서 회사 생활시 느꼈던 불편함에 대한 많은 요구들이 쏟아졌다. 이래서, 노조는 필요하다.
기업 리크루팅을 위해서 학생을 끌기 가장 좋은 수단은 돈주고 사기 아까운 USB 메모리를 제공한다, 라는 상품 투척(?)과도 같이 오늘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은 '재무교육' 이었다.
돈을 모은 뒤 무엇을 살까, 의 순서가 아닌 그것을 위해 돈을 모으고, 단기 투자는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는 공격적으로, 72법칙 등과 같이 '돈' 을 모으는데 꼭 필요한 상식들과 생각할 '꺼리' 들을 강사는 던져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만약 55세까지 대기업에서 일을 한다면 모을 수 있는 돈의 평균은 14억, 허나 아이를 기르고 교육 시키며 집과 차를 사고 아둥바둥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은 16억. 2억 정도야 어찌어찌 매꿀수는 있겠다만(!?) 아이를 출가시키고 난 뒤 회사에서 떨어져나온 나는 무엇으로 은퇴 준비를 하는가, 라는 물음에 강당에 모인 08년도 입사자들은 허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담배 한 대 물며 오랜만에 만난 입사 동기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번에 우리 센터 11명 해고란다' 부터 시작해서 '연구원은 100명이라며?' 라는 카더라 통신, 그리고 '바로 옆 옆 팀에 몇 명, 또 그 옆 팀에 몇 명'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 것은 '우리팀도 있답니다....' 라는 노란봉투의 가슴 떨리는 공포였다.
점점 치열해지고 살기 힘들어진다. 앞으로 더더욱 유능한 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 들어올테고 그 속에서 살아남겠다고 죽을 때 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이 신세. 옆 팀 동기들도 토플 단어장을 펼쳐 놓고 다시금 영어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을 보니 이렇게 넋놓고 있다간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고 했던가. 역시나, 점점 삶이 무질서해지고 그 혼란 속에서 고개 내밀고 입이라도 뻐끔거리려는 미친듯한 물장구는 계속되어야 하나보다. 무한 경쟁의 사회, 지구촌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함께 약속하고 "앞으로 빡쎄게 살지 맙시다!" 라는 조약 하나 맺으면 어떨까, 라는 상무님 뺨때리는 어이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갑자기 찾아온 무릎의 고통을 힘주어 참으며 셔틀버스에 올랐다. 우스갯 소리로 자주 해 온 "역시 결론은 로또인가" 라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 소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젊은 혈기 원씨, 좌파를 흉내내고 싶은 원씨, 가슴이 따듯한 원씨, 라는 말이 부끄러워진다. 제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