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밥 값

방바닥 2010. 5. 17. 20:06
밥은 또 뭐라고, 아침을 못먹고 사무실로 들어선 날에는 9시쯤 부터 뱃속에서 골골 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나이값(응?)을 하려는지 빈 속에 청량음료는 땡기지도 않고 커피는 더더욱 속에서 거부한다. 29년 함께 했다고 뱃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의 상태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든든한 밥을 달라고 애원하듯 처량하게 곡소리를 낸다.
 식이요법을 하겠다고 점심 반찬으로 나온 고기는 조금, 부추와 김치, 두부는 이빠이 담아 밥을 먹는데 함께 밥을 먹는 과장님 역시 소식을 하시는지 밥의 양이 내것의 1/2이다. 결국 속도를 맞추기 위해 후다닥 먹고 난 뒤 물을 마시고 나니 전쟁을 치르고 난 듯 힘이 든다. 요란스럽게 소화를 시키는 듯한 위를 두득이며 느긋느긋 걸어 들어 오는데 2003년도 한 때 날 괴롭혔던 생각이 문득 온 몸을 덮친다. 너, 밥값은 하고 사냐?
 또 다시 자신이 없다. 왜 사는지, 뭘 하려고 하는 건지에 대한 물음에 자신있게 '이거요!' 라고 외칠 수 있는 꿈들이 사라져 버렸다. 포기할 수 있는 용기, 할 수 있는 용기도 구분 못하고 있는 내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성년의 날이란다. 2002년도 성년의 날, 먹어서는 안될 것들을 합친 술을 바가지로 퍼먹으면서도 싱글벙글이었던 이유는 활짝 펼쳐진 앞날과 이제는 '성년' 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자체발광 어른스러움이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생각 자체는 아직도 덜떨어진 수준으로 시간만 잡아 먹을지 몰랐었고 20대를 마무리 할 때에는 내가 뭔가를 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오늘은 퇴근 대신 술이나 마셔야 겠다. 광희형님,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