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보통 사람
방바닥
2010. 3. 9. 00:29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며 뭐라도 되는 것 마냥 갖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후~ 하고 뿜어냈다. 담배를 태운다고 딱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내게 담배는 그냥 있는 폼 없는 폼 잡으려고, 나 지금 힘들거든 혹은 나 지금 짜증나거든 이라는 표정과 함께 그것을 날려 버리는 듯한 자기 최면의 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딱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다른 것도 없고 기분이라도, 생각이라도 지금의 상태를 잠시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식적인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쪽팔리게 나이 29에 겉멋 들었나보다. 끊었던 기간이 아깝기도 했지만 그만큼 독한 인간도, 절제력이 있는 인간도, 나 자신에게 행한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인간도 못된다는 반증이다.
공부 한답시고 도서관에 앉아 책을 들여 보다가 '에이 씨팔,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거야' 라는 생각으로 가방을 쌌다. 친구에게 전화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술 한잔 하고 있단다. 잇몸에 염증이 생겨 의사 선생님이 열심히 칼로 난도질을 해주셨고 그 위에 빨리 아물라고 엿가락처럼 끈적끈적한 연고를 살포시 얹어 주었건만 뭔 용기인지 '뭐 어때' 라는 생각으로 청하를 1병 넘게 비워 버렸다. 평소 겁이 많아 의사 선생님 말은 하늘같이 떠 받들었던 내겐 커다란 변화였다. 거기에 담배까지 함께 물어 버렸으니 아물어 가던 염증 부위의 살들이 깜짝 놀랐겠다. 술 한잔 땡기네, 라는 말로 내 행동을 합리화 했지만 내 마음, 내 상황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하고 지금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니깐, 하기가 싫으니깐, 주중에 많이 했으니깐, 이라는 말로 정당화 거리나 찾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저 그런 인간이었던 거다.
회사에서 열처리한 알루미늄의 조직 사진 관찰을 위해 몸에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알루미나를 미친듯이 쳐 마셔가며 폴리싱을 했다. 아침에 4시간, 오후 4시간. 도합 8시간 동안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반복하며 행여나 스크래치가 생길까 100방 600방 1000방 살살 넘겨가며 폴리싱을 했다. 결국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8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나와 실험실에 내내 있었으니 마음 한 켠에 행여 차장님이나 과장님이 '이 새끼는 일 안하고 어딜 이렇게 싸돌아 다니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딱 두 번 쉬었고 그 시간도 10분을 채 안넘겼던 것 같은데. 지나가던 대리님이 "다 했냐?" 라고 물었고 "반 살렸어요" 라며 기쁘게 웃었다. "회사가 참, 중요한 건, 너가 한 일을 잘 알리는것도 중요해. 잘 생각해봐. 어떻게 얘기를 해야 너가 열심히 일 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지" 대리님의 말씀에 행여 "너 어디갔다 왔냐" 라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까를 고민하다 피식 웃어 버렸다. 내가 당당한데 왜 눈치를 봐, 라는 대인배 조차 못되는 인간이었나 싶으니 씁쓸했다.
"섭섭아, 피부가 안좋아 보인다. 스트레스 많이 받아?"
옆 팀 대리님이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내게 걱정하듯 물었다. 모공이 커진 것 같아, 라는 말에 "괜찮아요 크크크.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나봐요 흑흑" 하며 어리광(!)을 부렸지만 엘레베이터를 내리며 버튼 부위의 비치는 작은 공간에 슬쩍 얼굴을 확인했다. 외모라는 것에 대해 이제는 어쩔 수 없으니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었는데(일찍이 포기했다는 얘기다) 지나가는 한 마디에 '오늘 집에 가서 팩이라도 붙여 볼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튀어 나온 것을 보면 나도 별다를게 없는 인간이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생각을 주입시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냥 지나칠 일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보니 나 역시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은희경의 '마이너 리그'를 읽었을 때가 문득 생각난다. '아, 왜 저러고 살까'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월감, 나는 남들과 다를 거라는 환상과 착각속에 빠져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 발버둥 쳐 봤자 지금 이 곳에서 벗어날 확률은 크지 않은데도 품게 되는 '헛된 희망'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가... 판도라 이 개새...
공부 한답시고 도서관에 앉아 책을 들여 보다가 '에이 씨팔,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거야' 라는 생각으로 가방을 쌌다. 친구에게 전화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술 한잔 하고 있단다. 잇몸에 염증이 생겨 의사 선생님이 열심히 칼로 난도질을 해주셨고 그 위에 빨리 아물라고 엿가락처럼 끈적끈적한 연고를 살포시 얹어 주었건만 뭔 용기인지 '뭐 어때' 라는 생각으로 청하를 1병 넘게 비워 버렸다. 평소 겁이 많아 의사 선생님 말은 하늘같이 떠 받들었던 내겐 커다란 변화였다. 거기에 담배까지 함께 물어 버렸으니 아물어 가던 염증 부위의 살들이 깜짝 놀랐겠다. 술 한잔 땡기네, 라는 말로 내 행동을 합리화 했지만 내 마음, 내 상황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하고 지금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니깐, 하기가 싫으니깐, 주중에 많이 했으니깐, 이라는 말로 정당화 거리나 찾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저 그런 인간이었던 거다.
회사에서 열처리한 알루미늄의 조직 사진 관찰을 위해 몸에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알루미나를 미친듯이 쳐 마셔가며 폴리싱을 했다. 아침에 4시간, 오후 4시간. 도합 8시간 동안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반복하며 행여나 스크래치가 생길까 100방 600방 1000방 살살 넘겨가며 폴리싱을 했다. 결국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8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나와 실험실에 내내 있었으니 마음 한 켠에 행여 차장님이나 과장님이 '이 새끼는 일 안하고 어딜 이렇게 싸돌아 다니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딱 두 번 쉬었고 그 시간도 10분을 채 안넘겼던 것 같은데. 지나가던 대리님이 "다 했냐?" 라고 물었고 "반 살렸어요" 라며 기쁘게 웃었다. "회사가 참, 중요한 건, 너가 한 일을 잘 알리는것도 중요해. 잘 생각해봐. 어떻게 얘기를 해야 너가 열심히 일 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지" 대리님의 말씀에 행여 "너 어디갔다 왔냐" 라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까를 고민하다 피식 웃어 버렸다. 내가 당당한데 왜 눈치를 봐, 라는 대인배 조차 못되는 인간이었나 싶으니 씁쓸했다.
"섭섭아, 피부가 안좋아 보인다. 스트레스 많이 받아?"
옆 팀 대리님이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내게 걱정하듯 물었다. 모공이 커진 것 같아, 라는 말에 "괜찮아요 크크크.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나봐요 흑흑" 하며 어리광(!)을 부렸지만 엘레베이터를 내리며 버튼 부위의 비치는 작은 공간에 슬쩍 얼굴을 확인했다. 외모라는 것에 대해 이제는 어쩔 수 없으니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었는데(일찍이 포기했다는 얘기다) 지나가는 한 마디에 '오늘 집에 가서 팩이라도 붙여 볼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튀어 나온 것을 보면 나도 별다를게 없는 인간이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생각을 주입시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냥 지나칠 일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보니 나 역시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은희경의 '마이너 리그'를 읽었을 때가 문득 생각난다. '아, 왜 저러고 살까'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월감, 나는 남들과 다를 거라는 환상과 착각속에 빠져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 발버둥 쳐 봤자 지금 이 곳에서 벗어날 확률은 크지 않은데도 품게 되는 '헛된 희망'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가... 판도라 이 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