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술이 나를 삼켰다.
처음으로 다른 팀 선배와 갖게 된 술자리. 부어라 마셔라, 이런 저런 조언들 사이에서 부어라 마셔라, 이런 식으로 접근해 봐라 부어라 마셔라. 기억이 나는 것은 새벽 1시, 딱 거기까지. 후배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떴다. 기억이 없다-_- 출근해야 해, 일어나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_-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_- 입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탔다간 사람 가득한 열차의 한 가운데에 홍해의 기적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탔다. 지갑을 열었는데-_- 아 시발 내 돈, 내 돈, 내 돈!!! 5만원 지폐 4장이 있었는데 2장이 사라졌다. 시발 어디갔지! 카드밖에 쓴 기억이 없는데!
9시 20분까지 올려야 하는 일보(오늘 이러저러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어제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누구를 만납니다 등등을 담은 보고서?)를 부리나케 써서 보냈다.
타 언론사 선배들이 진심으로 “야 술 냄새나 꺼져!!!” 라고 외쳤고, 나는 그대로 꺼져 숨을 몰아쉬며 쪽잠을 잤다. 어렵게 눈을 떴다. 점심의 누룽지탕에 두 팔을 들 수 있게 됐고 이어진 ‘노적(술 깨는 음료, 원자력연구원에서 만들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기자실에는 누군가가 꼭 갖고 있다;;)’ 두 병에 걸을 수 있게 됐으며 기자실을 떠나는 선배가 산 ‘피자 3조각’에 정신을 차렸다.
오늘 술자리는 포기했다. 선배들도 강요하지 않는 눈치였다.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다. 하지만 오후 당직이다. 매번 느끼지만, 왜 술을 많이 마시면 취하는 것을 알면서도-_- 잊고 또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일까. 오늘 술로 인해, 그리고 추석연휴로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술자리가 없을 것 같다(물론 화요일부터 출근이긴 하지만). 몸의 독소를 쫘악 빼기 위해 토요일 개띠 새퀴들하고 산행을 가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는 조금만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