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비겁한 변명

방바닥 2006. 11. 6. 21:27
 공대 학생회장 후보 두 팀이 선거 유세 중이다. 한 명은 반 후배, 또 다른 한 명 역시 반 후배이자 고등학교 후배이기에 둘 모두에게 애정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만 같은 반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을 나눠먹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차별없는 노선이라 선거의 의미는 없다. 공약 역시 약속이나 한 듯 판에 박히게 똑같다. 마치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후보 둘이 나왔다고나 할까.
"학생들을 위한 학생회" 라는 모토로 나온 두 후보는 지난 4월, "교수를 감금" 했다가 쫒겨난 출교자들을 비난하는 성명에 열을 올렸고 쌩뚱맞게 4.18 선배님들을 들먹이며 부끄럽다고 울부짖으며 검은 옷을 입고 모였던 친구들이었다(아직도, 거기서 왜 4.18선배님들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단언컨대, 선배님들은 당신들의 어리석고 짧은 생각에, 그리고 수백명이 모였다는 그 행렬에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누가 누가 발이 넓은가, 로 결론나는 의미없는 선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개인적 생각으로 얼굴이 꽤 알려진 '공대공감대' 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 점치는데 과도관1층, 화장실에 붙은 회장 후보자의 글에 다시금 씁쓸함을 느낀다.

"학생회는 학우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정치운동이나 하는 것은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정치운동'의 범위가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만, 사회의 한 축으로써, 비판적인 목소리로 한 나라의 지성인을 자처했던 대학생들이, 이제는 마치 초등학생, 중학생처럼, 단순히 졸업을 위해 모인, 취업을 위해 모인 학생으로만 남잔다. 그리고는 그것을 도와주겠단다!
하긴, 학교 당국의 등록금에 대한 인식은 생각지 못하고(밑에 기사 첨부) "돈이 없으면 알바를 해서라도 생활하면 된다. 왜 편하게 살려고만 하는가" "대학교육은 고급교육이다. 모두가 똑같이 받을 수는 없다" "돈 관리는 학교에 맡기면 된다. 그들이 전문가다" 라는 단순한 사고를 보여주는 현 공대학생회장과 맥을 같이 하는 학생들이니 별 수 있을까만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올 해 공대학생회장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비겁한 변명일지 모르지만 나약한 보이콧으로 그들을 부정할 것이며 불의에 항거해 4.18을 일으켰던 선배님들께, 부끄럽지만, 조용한 반성의 마음을 보낼 것이다.

나약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역시 한 줌 보낸다. 여러 말들이 머릿속을 부유하지만, 가슴을 울릴만큼의 글을 남길 수 없는 능력의 한계와,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용기없는 자신에 대한 반성을 담아,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부끄럽다 민족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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