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빌린 사람의 예의, 빌려 준 사람의 예의

방바닥 2007. 12. 10. 19:30
 무언가를 빌려주고 빌리는 관계에 있어서 빌려 준 사람과 빌린 사람간의 '상하' 관계가 존재할까? 일단 빌리는 사람은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빌려 준 사람은 자신이 빌려준 그 무엇으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거나 혹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 빌려줌으로써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간의 상하 위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빌려주고도 욕 먹는다" 라는 말이 있는 것이며 때문에 빌린 사람은 빌렸다는 이유로 무조건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무엇이든, 쌍방의 예의는 존재한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지키는 예의와 맞물려 나이 많은 이가 자신보다 어린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있으며 학생이 교수에게, 교수는 학생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존재한다. 마찬가지다. 빌려 준 사람은 빌려주는 사람으로서의 예의를 지켜야 하며 빌린 사람 역시, 빌린 사람으로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예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이일수록, 더욱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인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여럿이 뒤엉켜 사는 세상은, 약간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