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난생 처음, 홀로 커피숍에 앉아서 책을 읽었습니다. 약속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두시간여. 어정쩡한 시간과 쌀쌀한 날씨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위치한 매장에 들어가 유리창으로 따사한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제 옆에는 커플 한 쌍이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저처럼 혼자 왔는지 한 여성분이 노트에 무언가를 연신 적고 있었습니다.
가장 싼 3300원짜리 차가운 커피를 책 옆에 놓고 내 앞에 놓여진 전경(?)을 바라보니 멋드러진 사진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유리창 밖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신 발걸음을 놀리기에 바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은 반짝거리는 햇살 덕에 환하게, 빛이 나는 듯 했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왼쪽에 앉은 사람, 오른쪽에 앉은 사람, 카운터에 있는 사람,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사람다움을 풍기며 만들어가는 세상을 문득 생각해 봤습니다. 눈 앞의 커다란 나무에는 어떻게 매달았는지 노란 손수건이 마치 은행잎인냥 바람에 흔들거렸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모습이 마치 노란색 눈발이 날리는 듯 했습니다. 그냥 아름다웠습니다.
사람을 믿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고픕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나의 이야기를 건내고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좋습니다. 때문에 사람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 이 세계를 믿으며 그 사회를, 역시 사랑합니다. 늦은 새벽에 잠이 안와 잠시, 컴퓨터를 킨 원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