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서울국제도서전

방바닥 2008. 5. 18. 16:18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간밤에 도통 잠이 오질 않아 한참을 뒤척여서 그런지 몸이 그닥 개운치는 않았다. 내릴랑 말랑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서울국제도서전' 이 열리고 있는 코엑스몰로 향했다. 도착하는 순간 메모리카드를 빼놓고 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여튼 이런 빙구같은.
 책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뻔질나게 이야기하는 '자각' 과 '자극' 이다. 꼴에 책욕심이 많아서인지 거진 한 달에 약 5 ~ 10만원 정도는 책값으로 빼놓곤 했는데 여유가 있었다면, 한방에 지르고 싶은 만큼 좋은 책들로 가득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책을 고르고 뒤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이런 행사가 지방에서도, 특히나 내가 살고 있는 안산에서도 열렸으면 하는 점이다. 이래서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 했던가.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해림씨께서 문화상품권 및 도서상품권을 주셔서 그림으로 가득찬, 비싼 신화 관련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그 전부터 갖고 싶었던 책이었지만 가격이 좀 과해서 주저했었는데 너무나 감사드린다. 한국의 명수필 책 두권도 함께 구입했다. 그리고 너무나 예쁜 책갈피도. 쓸데 없는 내 명함을 주로 책갈피로 사용했었는데 이제 폼 좀 나게 생겼다.
 어제 저녁부터 우울하고 찜찜했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예전에도 한 번 쓴적이 있던 것 같지만, 책은 왠만하면 나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는다. 조신히, 혹은 당당히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며 자기 자랑을 하는 수많은 책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마음껏 자신의 모든것을 보여주고, 그리고 내게 선택을 요구한다. 그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도, 그 책은 사라지지 않고 뇌의 어느 깊은 곳에서 똬리를 틀고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디딤돌로 웅크리고 있을게다. 간만에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며,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주신 사람의 내음을 맡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