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꼴
#1. 토요일 아침 집 앞으로 날라 온 조선일보의 대문짝만한 사진과 글에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다소곳이 놓여 있던 경향신문에선 찾아 볼 수 없던 기사들. "0시 5분 현재.." 로 시작 된 커다란 문자에 따르면 0시 5분 기사를 받아 돌리고 돌려 이미 집집 마다 배달 준비를 마친 신문과 바뀌었을 것이고 그 늦은 시각에 전국 방방 곡곡에 배달되어 신문을 찾는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얇은 두께의 경향신문이 앙증맞게 보이기도 했는데 현재 우리 언론 시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더해서 천안함의 침몰을 '북한의 기뢰' 쪽에 비중을 두며 '좌시할 수 없다'는 조선일보의 모습과 대비 된 경향신문의 차분한 논조를 읽으며 '대한민국이 왜 희한하게 흘러가는지' 지극히도 보통 사람인 원씨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좌시할 수 없다' 는, 원인이 밝혀진 뒤에 좌시하던지 말던지 해도 될 듯 싶은데. 퇴근 길 버스에서 본 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는 아나운서의 멘트 뒤 화면에 커다란 글씨로 "북한의 기뢰, 어쩌구 자시구" 라는 문구로(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하여튼 의미는) 북한의 기뢰에 의한 천안함의 침몰 가능성을 크게 다루었다. 좀 천천히 가쟈 애들아.
#2.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과(개인적 생각으론 그 인간이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하네 안하네, 헌법을 어겼네 마네를 떠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끄러워지면 지도 짜증나니까 그냥 나중에 말하라고 한 듯 하다. 법정의 책을 즐겨 읽는다면서 4대강 사업을 밀어 버리는 것 보면 충분히 그럴만큼 생각이 모자를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 복귀 등 또 다른 굵직한 사안들이 금새 묻혀 버리고 말았다. 멀티 뛰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는 언론들이다. 국민들이 궁금해서 모든 곳을 찾아다니며 직접 취재할 수 없으니 이 나라의 언론들이 좀 제대로 기사를 써 줬으면 좋겠는데. 언론이 입을 다무니 그 언론을 즐겨 보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대한민국 자체가 이를 잃어 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특히나 안상수라는 분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아 정말 우리 국민들, 자존심도 안상하나 모르겠다. 난 왜이리 짜증나고 자존심 상하지.
#3. 천안함 침몰로 인한 의문점과 의혹, 섣부른 '설' 들이 많이 생기나 보다. 초동 대처가 잘 됐네 안됐네, 대통령은 직접 '잘됐다'라고 했다는데 목숨을 잃은 46명의 젊은 국민들은 그럼 대체 어찌 된거냐. 뭐, 설설설을 다 떠나서 의혹이 끊이지 않고 국민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원없이 발휘시켜 주는 것, 현 정부의 수준이 딱 그 정도인것 같다.
#4. 의혹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엄마 왈 "대체 왜 그런거야?" 라는 말에 "말도 안되는 얘기겠지만 또 모르잖아요. 솰라솰라 때문일지 낄낄낄(솰라솰라는 그것이 맞다)"이라고 대답했다가 혼났다. "어디가서 그런 말 하고 다니지 말아라!" 노무현 정부 때는 우리 어머니, 절대 이런 말 안하셨는데...
#5. 부디 생존자가 한 명이라도 나타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