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끝
토익 성적표를 제출했다. 학사지원부에 들러 '졸업 예정임' 을 확인하고 무인 우편을 이용해 현대자동차 입사에 필요한 나머지 자료들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40원이 모자라 쩔쩔매던 중 선배 둘을 만나 100원을 빌렸다. 학사지원부에 들러 '졸업 예정임' 을 확인했다. 이번 학기 성적 중 F만 뜨지 않는다면 졸업이다. 7월 14일의 입사를 앞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마무리지었다. 지난 8학기,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이 끝이 난다.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주었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으며 나의 한계를 깨달았고 나의 성격과 개똥철학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대학시절이었다. 그런 대학시절의 끝과 함께, 나는 다시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위해, 열심히 고기굽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큰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자식이 없어 호적상 아버지가 양자로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 아버지께서 상주가 되어 급하게 원주로 내려갔다. 그래서인지, '1번방' 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무색하게도 손님은 없었고 썰렁했다.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 절을 했다. 365일의 그 많은 날 중, 큰할머니는 자신이 태어난 생일을 선택해 이승에서의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삶의 시작과 끝이 오묘하게 겹치는 순간. 아무것도 남기신 것 없는 큰할머니는 그렇게 조용히 삶의 끝을 맞이하셨다.
YEHS 활동의 끝이 보인다. '마지막까지 쪽쪽 빨아먹네' 라는 경환이의 표현이 들어맞게도 내일 있을 발표와 7월 11일 사회를 끝으로 이제는 시니어로서의 활동을 맞이한다. 그간 YEHS 활동을 통해 너무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나는 그만큼의 무언가를 그들에게 내놓은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드니 살짝 미안해진다. 7월 11일 YEHS에서 마지막 사회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나면 7월 12일에는 YEHSenior의 워크샵에 참석해야 한다. 끝나기 무섭게 시작되는 새로운 시작. 어차피, 가는해와 오는해의 차이는 언어의 분절성에서 오는 그 뭣이냐, 인의적인 가르기에 불과한 것이니 머시깽이 뭐라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