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버지 말씀

방바닥 2007. 7. 2. 23:20
 졸업을 1년 반 앞두고 취업이라는 걱정거리를 덜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들내미가 취업을 한 곳이 번듯한 '대기업' 이라는 것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냥 기뻐하셨다. 외가와 친가를 통틀어 서울, 수도권 지역으로 대학을 간 것은 나와 누나가 처음이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가 다 아는 이름의 기업에 취업을 한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누나는 현재 박사과정).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친구들에게 연실 밥을 사셨고 아버지 역시 회사 직원들과 거래처 사람들에게 시쳇말로 쏘셨다. 나 역시 하루 날잡고 친구들의 밥과 술을 사고 나니 나도 모르게 '우쭐' 해 지는 기분을 억누르기가 힘이 들었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자칫 빗나갈지 모르는 나의 생각에 아버지가 제동을 걸어 주셨다. 사람은, 절대 겸손해야 한다, 선배는 너보다 아무리 못나도 선배이며 후배는, 너보다 아무리 어려도 보살피고 아껴야 한다,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생활하거라.
 
 항시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임에도 뜨끔했다. 내가 누구보다 뭐가 잘났다고 '우쭐' 한 생각으로 다녔을까, 새롭게 모인 합격생들은 모두 나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은 친구들일텐데 나는 작은 우물 속에서 뭘 그리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다녔을까. 마음을 다잡고 하루의 할 일을 천천히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나는 아직 성장중이며 아직 모자르고 아직도 부족하다. 이럴 때 쓰라고 히딩크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아직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