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킥이라도 한 방.
시합 도중 안정환 선수가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가 자신에게 야유를 퍼부은 관중에게 항의를 해 물의를 빚었다. 비록 2군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라지만 한국 축구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듯 하다. 결국 안정환은 벌금 천만원을 선고(?) 받았고 '반성한다' 라고 말함으로써 일단락 되는 듯 하지만 관중들이 시합 중에 던진 내용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그것도 안정환 선수의 부인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 기회에 프로축구의 응원문화를 한 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는가, 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응원문화의 자성이고 뭐고 다 좋지만 그걸 떠나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욕되게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꾹 참고 묵묵히 축구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람으로서, 그의 남편으로서, 그의 애인으로서 기분이 과연 어떨까. 나 같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열이 받아 상대가 조폭이건 효도르이건 간에 죽자살자 덤볐을텐데 말이다(솔직히.. 효도르는 그런 말 안하겠지;;;).
애들 싸움에도 '도' 는 있는 법이다. 코피가 먼저 터지거나 '엄마욕' 먼저 하는 사람이 지는 것은 초등학교 파이터계에서 누누히 전해져오는 '질서' 로 존재한다. 하물며 나이살 처먹은 인간들이 할말 안할말 가리지 않고 그따위의 말을 내뱉었다는 것은 '저는 병신 쪼다에요' 라고 말하는 것 이하의 정신세계를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 나는 아쉽다. 안정환이 멋지게 날아올라 같잖은 말을 내뱉은 그들에게 슈퍼 울트라 하이킥이라도 좀 날려줬으면 하는 것이 진정한 바람이긴 하지만, 세상을 제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를 허락치 않으니 그의 인내력에 무한한 경의를 표할 뿐이다. 그나저나, 그런 개념 없는 말을 내뱉은 인간들에게는 벌금 안 때리나? 아니면 자신의 애인이나 아내를 앉혀놓고 똑같은 소리를 들려주는 형벌을 내리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너무도 무섭고 끔직한 일이라 가당치도 않겠구나. 아쌍. 그럼 벌금이라도 때려! 아니면 앞으로 축구장 100m 이내 접근 금지를 시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