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언론
방바닥
2008. 5. 27. 16:37
1980년이나 2008년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도 그때는 이런 양심적인 기자들이 있었구나.
한 때 '기자' 라는 직업에 참을 수 없는 매력을 느꼈었다. 결국 2003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기자' 를 동경하며 신문을 읽고 책을 읽고 뉴스를 보고 그리고 생각을 했다. 세상에 소식을 전하는 일등 기자가 되어 보자 했던 첫 다짐은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그들이 이제껏 보였던 여러 엿같은 행동들을 알게 된 뒤부터 침통함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말하는 '사실' 은 '사실' 이 아니어으며 그들이 주장하는 사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한 私설 임을 알았을 때 내 머리를 때리는 울림은 상당했다. 그리고 밀려든 공허함. 그 뒤, 개뿔 잘 이해도 안되는 여러 책들을 뒤지며 다짐했다. 세상에 울리지 않는 소리를 전해보자,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밝히는 기자가 되어보자. 물론 능력부족과 게으름을 탓하며 2007년 5월, '기자' 라는 꿈을 은근슬쩍 마음속 깊은 곳으로 접어 두었지만 그래도 한 켠에서 여전히 쿵쾅쿵쾅 뛰는 마음을 숨기기는 힘이 든다. 나에게 '기자' 는 그랬다. '기자' 가 있음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기자' 가 있음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며 '기자'가 있음으로 세상은 밝아지리라 기대했다. '기자'란 자고로 세상을 밝히는 펜을 들고 국민의 가려운 등을 긁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자' 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여겼다. '사명감'이 없이 그들은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문을 통과한 그 많은 똘똘한 기자들이 침묵하고 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고, 똑똑하고, 아는 것 많고, 어디가서도 '기자' 라는 직함 하나로 주변인들의 시선을 다시 한 번 받을법한 그들이 펜을 놓았다. 그들이 기자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좁은 문을 통과한 뒤 써대는 기사가 겨우 그것 뿐이라면, 그 똘똘하다는 대가리로 생각할 수 있는 폭이 그것밖에 안된다면 그들이 기자가 되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한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역시나, 기자의 문턱에 들어갈 수도 없는 범인 원씨같은 인간은 아리송, 저리송, 알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