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정리

방바닥 2008. 7. 9. 04:47
 요즘들어, 특히나 지난주 부터는 하루에 한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스케쥴을 소화해 내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내뿜는 숨에도 알코올 향이 묻어나고 연신 흘리는 땀에서도 담배내와 함께 코를 톡 쏘는 소주향이 느껴진다. 머리도 약간 알딸딸 해 졌는지 오늘의 약속을 내일의 약속으로 착각, 약속을 펑크내기도 하고 오늘처럼 '오늘은 무슨 약속이 있었지?' 라는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두 개의 약속이 한방에 밀려오는 바람에 이 약속 도중에 잠시 저 약속과 함께, 그러다 보니 저녁을 두 번 먹는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급약속도 생겼다. 내일, 아니 오늘 오후에는 친구들과 급하게 정해버린 레프팅을 위해 떠나야 하고 목요일에는 금요일에 있을 발표 준비 + 휴가나온 현규와의 만남, 금요일에는 아침부터 이어질 회의와 발표 두 개, 토요일에는 이번에 가입하게 된 YEHSenior 워크샵 참석, 그리고 일요일에 밀린 짐을 옮기고 나면, 학생으로서, 대학생으로서의 원씨의 일상은 끝이 나게 된다. 4년간 이어진 나의 대학생활의 정리. 물론 회사원이 된다고 해서 그들과의 인연이 끝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보다는 더욱 어렵고 절제된 시간 속에서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기에 지금처럼 마음 편한 만남은 어려울 듯 하다.
 그립다. 조금 더 알차게, 조금 더 뜻깊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을 보면 최선을 다 했던 8학기는 아니었던 듯. 그리고 더 이상 '학생' 이라는 울타리가 날 보호해 주지 않기에 사회로 나가는 첫 발걸음이 조금 무겁다. 이제는, 더 무게가 나가는 책임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정리 아닌 정리를 이어가며 보내는 지금의 시간이 값지게 다가온다. 내가 지나 온 자리를 그 어느때 보다도 깨끗하게 치워야 할 시기이지만 그 자리에 짙은 향과 여운이 남아있을지, 소심한 원씨는 살짝 걱정이 된다.
 입사를 앞둔 내게 나는 작은 선물을 했다. 운동화. 보다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달려온 것 보다 더욱 열심히 뛰자는 의미에서 하얀색 단정하면서도 스포티(?)한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를 구입했다. 내가 걸어야 할 길, 그리고 그곳에 남을 발자국. 이제는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열심히, 그리고 조금 더 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어느때 보다도 팔을 크게 휘저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