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상
#1. 급하게 달려간 병원.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할아버지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불과 3일 전만 해도 간단한 말씀도 할 수 있었고 손바닥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꽉 쥐곤 했었는데 이제 산소 호흡기 없이는 삶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숨 쉬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마치 마라톤을 달리다 마의 고개라는 38km부근을 지나는 듯, 온 몸의 힘을 숨 쉬는데 쓰고 계신 것 같았다.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뒤, 할아버지는 끝내 숨을 거두셨다. ‘일요일에 한 번 더 찾아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금요일 밤, 부리나케 안산으로 내려갔다.
#2. 아버지의 눈물을 봤다. 3년 전 작은 이모부가 돌아가셨을 때 흘렸던 눈물과는 달랐다. 부모를 위한 눈물이었다. 다른 친척들과의 눈물과도 달랐다. 아버지의 눈물이 ‘진짜’ 눈물이었고 진짜 ‘슬픔’이었다. 받은 것도 없었고, 바란 것도 없었다. 그저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사랑했고, 모셨다. 입관 전, 할아버지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질 때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 크게 흐느끼지도, 엉엉 울지도 않았지만 슬픔을 오롯이 간직한, 그런 눈물이었다.
#3. 몸이 또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제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코피가 주룩, 하고 흘러내린다. 금요일과 토요일, 할아버지 장례식으로 밤을 새고 일요일 발인. 강원도까지 달려갔다 온 뒤 뻗었다. 그리고 마감이 시작하는 월요일. 새로운 곳에서 ‘합격’이란 연락을 받았고 지금 직장에 이야기를 했다. 밤새 술자리가 이어졌다. 다음날 아침부터 목소리가 안 나왔다. 목감기가 제대로 걸렸다. 약을 사 먹고 약간 차도가 있던 저녁. “경복궁역으로 와” 선배가 불렀다. 다른 언론사 선배들과 이어진 술자리. 결국 술에 취한 선배를 집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오니 새벽 4시-_- 다음날 회사에서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주룩, 앉아 있는데 코피가 주룩. 새로운 곳의 입사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는데 고혈압 진단-_- 니기미. 최저혈압은 정상인데, 왜 최고혈압은 고혈압이 나오는거냐-_- 재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몸이 붕 뜬다. 눈은 충혈 됐고 얼굴을 빨갛다. 팀원들의 배려로 주말은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쓴 마지막 원고가 아직도 안 나왔다. 내일도 출근 확정. 먹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