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커플 모임
방바닥
2010. 11. 8. 01:07
중간에 지훈이와 지원이, 둘이 커플 같아...
현대자동차 연구장학생 5기 모임... 이라기 보단 그냥 친한 동기들 모임에 다녀 왔다. 전날 무리한 과음과 아침부터 이어진 축구 대회 참석으로 뼈 마디 하나하나가 으스러질듯 피곤했지만 너무도 보고 싶은 친구들이라 축구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지하철을 탔다. 아, 내 양말은 대체 누가 가져간거야! 양말이 없어져 맨발에 신발을 신었다. 남양주시장이 나눠준 유기농 야채를 손에 들고, 처음 나왔다고 가방이며 옷하며 잔뜩 주길래 등에 맨 가방은 터질 듯 무거웠다. 발바닥이 꼼지락 거리는 느낌을 혹시 알랑가 모르겠는데 운동화도 아닌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기에 뭔가 쩌억쩌억 달라붙는 듯 하면서도 간질거리는, 개미 한마리가 샤워 하고 물기를 씻지 않은 채로 발바닥을 기어다니는 느낌? 뭐 하여튼, 행여 맨발인게 드러날까봐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지도 못했다. 바를정 원씨.
청담동 시안인가 뭐시깽인가, 여튼 중국집 룸을(!) 예약해 놔다길래 편의점에서 양말을 사서 신고는 들어갔다. 꼼지락 꼼지락 지들끼리 손만지는 소리, 소곤소곤 귓속말 하는 소리, 쓰윽쓰윽 어깨에 손 올리고 등 쓸어 내리는 소리. 솔로인 나와 지훈, 지원이는 애써 껄껄, 낄낄 거리며 분위기를 업시켰는데 마음 한켠이 잔잔~~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차로 술자리를 옮겨 소주에 오뎅국물을 쳐먹으며 물었다. "뭐가 좋아서 사귀었어요?" 하나같이 정말 베시시(이 형용사를 언제 써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웃으며 서로의 눈을 한 번 마주치고 이야기하는데 그 뭐랄까, 사랑, 정성, 애정 같은 하트 뿅뿅 느낌이 마구 솟구쳐 눈이 부실 정도였다.
집에 데려다 주러 간 친구, 택시 잡아 주러 간 친구, 술 많이 마셨다고 그냥 같이 간 친구, 돌아온 문자와 여자친구들의 반응을 들으며 느껴지는 소중함과 사랑. 내가 널 아끼고 있고 너도 날 아끼고 있다, 내가 널 사랑하고 너도 날 사랑한다, 내가 널 생각하고 너도 날 생각한다, 는 느낌. 지구상의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날 사랑하고 그 한 사람을 내가 사랑한다는 것. 아 간만에 느낀 두근거리는 설레임에 침이 흐를 것만(?) 같았다.
몸이 좋지 않아 하루 종일 누워 낑낑 거린 오늘. 약 한 봉지 쳐묵고 잠을 자려는 지금도 가슴 한 켠이 그냥 허전하다. 어허! 외로움을, 드디어 느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