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포이동 화재

방바닥 2011. 6. 13. 19:04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판자촌 ‘포이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침 뉴스를 보며 “아, 왜 어려운 사람들한테 이렇게 불행한 일이 덮칠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 머릿속에서 더 이상의 사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가 포이동 공부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친구의 외침에 정신이 번뜩;;였다. 현실이라는 것에 많이 무뎌져 있었다. 현실에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던 감정들이 바짝 녹이 슬어 떨어져나간 쇠붙이처럼 쾌쾌한 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조철순 포이동 대책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울고 힘이 빠지면 우리 동네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는데, 이제는 크게 분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잠시 소름이 돋고 한숨을 쉬었을 뿐. 역시 난 대인배, 똘똘한 인간은 못된다.

우리의 마을에 큰 불이 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소식을 듣고, 걱정을 하고, 슬퍼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요일 오후 5시 25분, 이 소식을 듣고 포이동에 갔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을회관 맞은 편 쪽은 거의 모든 집이 다 타버렸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집을 잃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공부를 안한다고, 수업시간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푸념만 쏟아내던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을 우리는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가 만나러 가야 할 아이들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
그 사실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많이 놀랐습니다. 4시간 동안 계속된 화재로 아이들은 많이 지쳐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놀라고, 지쳐있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채로 침울하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빨리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더불어 마을의 피해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마을을 복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힘써야 합니다.
따라서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은 화재와 관련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들어가
화재의 원인을 규명할 것,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할 것을 함께 요구할 것입니다.
월요일 오전 7시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회의를 함께 하고,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입니다.
#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학교갈 때 필요한 물품들,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이 다 타버렸습니다.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챙길 겨를도 없이 입고 있는 그대로 나왔습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옷, 신발, 가방, 양말, 속옷, 수건, 학용품, 교과서, 세면도구 등.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교복이 필요합니다.
> 옷, 신발, 가방, 양말, 교과서 등을 빨리 구할 수 있는 분은 얼른 연락주세요!! 그리고 마을에 가져다 주세요!!
> 후원계좌를 만들어서 후원금으로 아이들이 사야하는 것들을 구입해야 합니다.
>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복을 구해야합니다!!
# 우리는 변함없이 아이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월요일에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공부방이 문을 여는 시간 동안 우리는 변함없이 아이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도 포이동에 오실 수 있는 분들은 함께 해주세요.


지금 마을회관 1,2층은 마을의 주민분들이 임시적으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따라서 마을회관 3층과 작은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 월요일 오후에는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갑시다!! (세면도구, 속옷 등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 우리는 조심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 아이들마다 많이 다르겠지만, 아이들은 많이 진정된 것 같습니다.
마을에 들어오는 순간, 교사분들도 많이 놀라고 슬프시겠지만
우리 아이들보다 더 침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들에게 화재의 정황에 관련한 질문, 화재 피해에 관련한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고, 많은 대답을 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화재에 관련한 질문을 하는 것은 아이들이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장애가 될 것입니다.
> 화재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개인계정에 감상적인 글/아이들의 실명과 사진을 올리지 말아주세요.
우리의 마을은 2003년부터 힘겨운 투쟁을 해 온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화재로 인해 우리는 더 많이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잘 못 알고 있는 사실이 언론에 퍼짐에 따라 이 투쟁이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 화재와 관련한 연락을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주세요.
화재와 관련해서 궁금하실 것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치진 않았는지, 괜찮은지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챙기지 못하고 대피한 아이들도 있고, 너무 많은 질문에 지친 아이들도 있습니다.
화재와 관련한 내용들은 태우샘이나 저에게 물어주세요. 그리고 비상대책위의 화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주세요.
#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단체메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아이디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통해 화재에 대해 알리고, 화재 피해를 수습하기 위한 후원을 받고자 합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는 분들은 여기에 올라오는 글을 퍼뜨려 주세요.
페이스북 : peacecamppoipoi@gmail.com
트위터 : @peacecamppoip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