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 2025. 1. 30. 22:56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다 읽고 책장을 뒤지다 얼마 전 구입한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이 보였다. 밤 10시 30분, 코엘료의 책을 몇 장 읽다가 덮어버렸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싫어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코엘료의 책을 읽으며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영화를 볼까, 아니면 예능프로를 다운 받아 볼까 고민했다. 통닭을 시켜 먹을까, 아니면 떡볶이를 사 먹을까 고민했다. 오늘은 운동도 하고 왔겠다, 점심도 과식하지 않았으며 저녁은 후레이크를 두유에 타서 간단하게 해결했다. 몸이 가벼웠다. 배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가 싫지 않았다. 살찌는 것이 걱정되면, 통닭을 사서 씹기만 하고 뱉어도 된다. 통닭에 맥주를 먹으며 라디오 스타나 해피투게더를 보면 신이 날 것 같았다. 오늘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홍삼절편을 뜯어 먹었다. 물을 먹다가 맛이 없어 양파즙으로 갈아탔는데, 병신, 그게 더 맛이 없지 당연히. 우걱우걱 뜯어 먹었다.

#.내일 할 일이 참 많아졌다. 기획 기사를 앞두고 취재를 해야 하고, 다음 주 과학면에 들어갈 기사 취재도 해야 한다. 일요일 마음 편하게 쉬려면 금요일에 빡쎄게 일하면 된다. 생각해 보니 낼 아침에는 전화영어도 하는 날이다. 벌써 두 번이나, 술에 취해 새벽에 일어나지 못해 필리핀 영어 선생님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내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생각해보니, 내일 일이 정말 많다. 왜 나만 이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하루도 금방 지나가겠지. 내일 저녁, 회사 일로 저녁을 하게 생겼다. 그러고 싶지 않다. 승질난다.

#.결국 내일 저녁,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기로 했다. 토욜 새벽 축구를 하러가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면 안 된다. 내일도 그저 그렇게 끝나겠지.

#.생일이라는 것에 별 의미를 둔 적은 없다. 내 기억으로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 그랬던 것 같다. 새로운 것도 없고 별다른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생일은 그랬다. 부모님께 전화 드리는 것이 전부. 내일도 그렇긴 한데, 뭔가 조금 다르다. 서른셋을 넘기는 생일. 작년과 다르고, 재작년과 또 느낌이 다르다.

#.그냥 좀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