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나 지금 떨고 있니
방바닥
2011. 7. 21. 11:08
“나 지금 떨고 있니”
내 또래-_-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마지막 명장면. 사형집행을 앞둔 최민수는 담배를 한대 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진동’을 알았더라면 이런 말은 못 했을 텐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값을 갖고 계속해서 떨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감지됐던 이상 진동이 ‘공진(공명)’ 현상으로 잠정 결론 났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가만히 서 있는 건물, 사람은 모두 떨고 있다. 물체가 갖고 있는 진동과 동일한 진동이 외부에서 가해지면 떨림이 커지는 현상인 공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이유다. 테크노마트는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태보’를 통해 발생한 진동이 건물의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진동이 커졌다고 한다. 변수는 많지만 “오호라”소리가 날만큼 신기하다.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찾을 수 있는 공진은 가끔 인체에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하면서 사람을 ‘떨게’만든다.
●인체에서 공진이 일어나면… 스트레스 받아
자동차 운전을 하던 도중 갑자기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이 심하게 떨리는 때가 있다. 팔이 갖고 있는 고유진동수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진동수가 일치하는 공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체에 있는 팔과 다리, 머리도 각각의 고유진동수를 갖고 쉴 새 없이 떨고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리는 약 2~20Hz(헤르쯔)로 1초에 2~20번 왕복운동을 한다. 팔은 5~10Hz, 머리는 20~30Hz다. 이때 외부에서 인체의 특정 부위가 갖고 있는 진동수와 같은 떨림이 발생하면 진동은 눈에 띄게 커지게 된다.
박세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공진으로 인체에 심한 떨림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동차나 철도는 가능한 인체가 갖고 있는 진동수가 발생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진동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인체 위해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연구결과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 사람에 비해 특히 진동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 산업현장과 같은 곳에서 진동에 관한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나 자동차를 탈 때 나타나는 멀미도 복부나 내장이 갖고 있는 떨림과 일치하는 진동이 나타나 심한 움직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갖고 있는 진동수가 다르기 때문에 멀미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로운 공진… 병원, 시계 등 다양하게 활용
테크노마트를 흔들어 사람을 놀라게 하고 인체를 흔들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공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에도 공진이 숨어있다. MRI 기계는 수소 원자핵이 갖고 있는 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수를 만들어낸다. 원통으로 된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가면 혼자 조용히 떨고 있는 체내의 수소 원자핵이 공진으로 심하게 진동하게 된다. 이때 기계에서 발생하는 진동수를 제거하면 맹렬하게 움직이던 수소 원자핵이 원상태로 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 값을 측정하면 인체 내부를 영상화 할 수 있다. 박현욱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세포나 질병에 따라 공명하는 정도가 달라 방출하는 에너지도 다르게 측정돼 이를 컴퓨터로 해석해 영상화 해 질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대공원에서 시운전에 성공한 ‘코끼리전기열차’도 공진을 활용한다. 도로 아래 묻혀있는 특수전기선이 발생하는 전류의 진동이 열차에 있는 코일의 진동과 일치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김종우 KAIST 온라인전기자동차사업단 HW팀장은 “공진현상이 잘 일어날수록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매일 확인하는 시간은 1초 단위로 움직인다. 1초는 세슘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한다. 세슘원자의 정확한 진동수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진동수를 세슘원자에 쏴 주면서 진동이 최대가 되는 값을 찾는다. 권택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은 “공진이 일어날 때 진동이 커지는 원리를 이용해 1초의 기준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타나 종, 장구,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도 고유진동수와 외부에서 가해준 진동수가 일치할 때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복잡해 보이는 공진이지만 태보로 테크노마트가 흔들렸던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소리의 진동수를 알 수 있는 ‘오실로스코프’만 있으면 유리컵을 손대지 않고 깰 수 있다. 유리컵을 두드렸을 때 발생하는 진동을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해 측정한 뒤 같은 값의 진동수를 만들면 공진으로 유리컵이 심하게 떨리면서 결국엔 깨지게 된다. 꼭 고음일 필요도 없다.
무거운 물건을 조금씩 흔들어 움직임을 크게 만든 뒤 눕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찬주 이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네의 진동수에 맞게 밀어주면 더 높이 올라가는 것도 공진”이라며 “고유진동수가 일치하면 발생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만들거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또래-_-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마지막 명장면. 사형집행을 앞둔 최민수는 담배를 한대 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진동’을 알았더라면 이런 말은 못 했을 텐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값을 갖고 계속해서 떨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감지됐던 이상 진동이 ‘공진(공명)’ 현상으로 잠정 결론 났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가만히 서 있는 건물, 사람은 모두 떨고 있다. 물체가 갖고 있는 진동과 동일한 진동이 외부에서 가해지면 떨림이 커지는 현상인 공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이유다. 테크노마트는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태보’를 통해 발생한 진동이 건물의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진동이 커졌다고 한다. 변수는 많지만 “오호라”소리가 날만큼 신기하다.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찾을 수 있는 공진은 가끔 인체에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하면서 사람을 ‘떨게’만든다.
●인체에서 공진이 일어나면… 스트레스 받아
자동차 운전을 하던 도중 갑자기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이 심하게 떨리는 때가 있다. 팔이 갖고 있는 고유진동수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진동수가 일치하는 공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체에 있는 팔과 다리, 머리도 각각의 고유진동수를 갖고 쉴 새 없이 떨고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리는 약 2~20Hz(헤르쯔)로 1초에 2~20번 왕복운동을 한다. 팔은 5~10Hz, 머리는 20~30Hz다. 이때 외부에서 인체의 특정 부위가 갖고 있는 진동수와 같은 떨림이 발생하면 진동은 눈에 띄게 커지게 된다.
박세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공진으로 인체에 심한 떨림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동차나 철도는 가능한 인체가 갖고 있는 진동수가 발생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진동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인체 위해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연구결과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 사람에 비해 특히 진동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 산업현장과 같은 곳에서 진동에 관한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나 자동차를 탈 때 나타나는 멀미도 복부나 내장이 갖고 있는 떨림과 일치하는 진동이 나타나 심한 움직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갖고 있는 진동수가 다르기 때문에 멀미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로운 공진… 병원, 시계 등 다양하게 활용
테크노마트를 흔들어 사람을 놀라게 하고 인체를 흔들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공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에도 공진이 숨어있다. MRI 기계는 수소 원자핵이 갖고 있는 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수를 만들어낸다. 원통으로 된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가면 혼자 조용히 떨고 있는 체내의 수소 원자핵이 공진으로 심하게 진동하게 된다. 이때 기계에서 발생하는 진동수를 제거하면 맹렬하게 움직이던 수소 원자핵이 원상태로 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 값을 측정하면 인체 내부를 영상화 할 수 있다. 박현욱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세포나 질병에 따라 공명하는 정도가 달라 방출하는 에너지도 다르게 측정돼 이를 컴퓨터로 해석해 영상화 해 질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대공원에서 시운전에 성공한 ‘코끼리전기열차’도 공진을 활용한다. 도로 아래 묻혀있는 특수전기선이 발생하는 전류의 진동이 열차에 있는 코일의 진동과 일치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김종우 KAIST 온라인전기자동차사업단 HW팀장은 “공진현상이 잘 일어날수록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매일 확인하는 시간은 1초 단위로 움직인다. 1초는 세슘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한다. 세슘원자의 정확한 진동수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진동수를 세슘원자에 쏴 주면서 진동이 최대가 되는 값을 찾는다. 권택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은 “공진이 일어날 때 진동이 커지는 원리를 이용해 1초의 기준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타나 종, 장구,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도 고유진동수와 외부에서 가해준 진동수가 일치할 때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복잡해 보이는 공진이지만 태보로 테크노마트가 흔들렸던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소리의 진동수를 알 수 있는 ‘오실로스코프’만 있으면 유리컵을 손대지 않고 깰 수 있다. 유리컵을 두드렸을 때 발생하는 진동을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해 측정한 뒤 같은 값의 진동수를 만들면 공진으로 유리컵이 심하게 떨리면서 결국엔 깨지게 된다. 꼭 고음일 필요도 없다.
무거운 물건을 조금씩 흔들어 움직임을 크게 만든 뒤 눕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찬주 이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네의 진동수에 맞게 밀어주면 더 높이 올라가는 것도 공진”이라며 “고유진동수가 일치하면 발생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만들거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