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다시 읽기

방바닥 2006. 12. 28. 22:58

대학교 1학년때 부터 나름 모아왔던 책들이 책장에 가득하다. 너무 지저분해 작년에는 책장을 새로 들여 놨었는데 어느덧 책 위를 덮고 덮어 다시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내겐, 사랑스런 자식 처럼 마냥 이쁘기만 하니 나중에 애를 낳고도 그럴까봐 걱정이다.
다독이 목적이었다. 퇴마록과 같이 재미 위주의 소설만 읽던 독서 습관에서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으니 조금 똘똘해져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비소설을 접하기 시작했고 빌려보던 습관에서 책을 소장하는 것으로 조금씩 바꿔나갔다. 그러다 보니 책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지만 틈틈히,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아 덮어 놓은 책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도 책 장 곳곳에서는 뽀얀 먼지에 둘러 쌓인 채 다소곳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도서가 상당하다. 나의 능력은 감안치 않고 주위에서 좋다, 괜찮다 하는 책들은 무조건 샀으니 그럴 수 밖에.
허나, 끝까지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거나 텍스트 자체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역시나, 다독이 목적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

전공 서적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한 번 읽을 때랑, 두 번 읽을 때랑, 그리고 세 번 읽을 때 텍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나아진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읽을 수록 이해가지 않던 많은 원리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됨을 느꼈고 일부러 외우지 않는다 하더라도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던 책의 내용들이 원하는 순간 곧잘 튀어나오곤 했다. 그렇다고 학점이 우수한 것은 아니지만-_-;;

그래서,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기로 했다. 개중에는 두번 읽은 책들도 몇 권 있긴하지만 이제는 다독이 목표라기 보다는 조금 더 정독으로 독서의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다시 펼친 첫 책은, 나를 '의식화(?)' 시켜준 홍세화 선생님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새로운 느낌이다. 헛 읽었던 건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