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마이너리그

방바닥 2007. 1. 2. 22:34

읽던 책들을 다시 추리던 중, 과 독서 소모임의 첫 책으로 은희경의 '마이너리그' 가 선정되었다. 몇 해 전 선배의 추천으로 낄낄 거리며 읽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장하고픈 욕심도 있었기에 잘됐다 싶어 냉큼 서점의 책꽂이에서 조심스레 책을 뽑아(?)왔다.
작가는 책의 첫머리에서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탐문이 아니' 라고 밝혔지만 읽는 내내 그에게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 수많은 남성들이 대체 누구일지(이름은 밝혀져 있다) 궁금했다. 그만큼, 상세하고 또 낯간지러울 정도로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를 꿰뚫고 있었으며 덕분에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뭇 남성들의 심금을 조금은 울릴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소설은 남자들의 세계가 이러니 저러니 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쓴 것은 아니다. '마이너리그' 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 넷은 모두 마이너리그의 인생을 걷는다. 그렇게 넷은 관계를 유지한다. 얼핏 보면 서로의 끈은 금새라도 끊어질 듯 위태위태하지만 마이너라는, 어쩌면 서로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인생 전반을 나타내는 '마이너인생'에 단단히 얽매여 만수산 4인방은 성립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들보다 낫네, 라며 안도감을 얻을거라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발버둥을 치더라도 끝내 마이너인생을 벗어날 수 없는 그 주인공이, 남같지 않고, 마치 거울을 보는 것 마냥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더욱 씁쓸한 이유는, 소설 속 주인공은 서로 자기가 더 낫다라는 생각 아래 인생을 살아가고 또 마이너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 내 삶이 마이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또 발버둥친다 하더라도 쉽사리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럭저럭 어쨌든 인생은 살아가기 마련이다. '메이저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같은 마이너가 있기 때문'이라는 비참한 말로 합리화 시키기가 조금은 거북스럽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단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많은 마이너인생들은, 지금도 발버둥치며 메이저를 향해 알콩달콩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을 풀어쓴 냉정한 소설이지만 또 그것이 현실(사실)이기에, 성공담, 미담소설(?) 보다는 가슴팍에 깊게 꽂히는 것이 아닐까. 냉정해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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