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복합재료

방바닥 2009. 3. 10. 22:56

 만화 '몬스터' 에 보면 2차 세계 대전 뒤 ()() 나라에서는(확실치 않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엘리트 양산을 위한 모종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엘리트 남자와 늘씬한 똑똑이 미녀를 커플로 만들어 우수한 종자(!)를 양산해 내는 방법. 만화책의 내용을 그대로 빌려오자면 "인종, 두뇌, 골격, 운동능력, 선택된 남자와 여자 사이에 아이를 만든다. 수십개의 커플에 의해 실험이 이루어졌고..." 라는 끔찍한 표현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개인적인 뻘(?) 생각으로는 국가가 마련한 '선' 자리가 딱 맞을 듯 싶다. 그러다 눈맞은 커플이 어디 한 둘이겠어, 서로 이쁘고 잘생겼다는데, 더해서 엘리트들...
 하여튼, 그렇게 태어난 만화속의 쌍둥이 남매는 원씨 쌍둥이 남매와는 달리 오지게도 똑똑하고 인기많고 똑 닮았으며(여자가 예쁜데 남자가 그걸 닮았다.. 원씨와는 상반된 차이) 비상한 머리로 전 세계를 뒤흔드는 살인 행각을 벌이게 된다. 비록 그 머리를 잘못썼을 뿐, 엘리트끼리 짝을 지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자는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허나 원씨는 어떨까. 아버지의 늘씬한 몸매와 어머니의 다소 큰 키의 유전자를 받는 대신 양쪽에서 골고루 물려 받아 뒤죽박죽, 어머니의 적당한 키, 허리가 긴 몸매 + 아버지의 검은 피부, 짝짝이 작은 눈, 긴 얼굴... 좀 잘 섞여서 태어났었으면 좋으련만 나의 행동과 생김새를 가만히 어머니 아버지와 비교 해 보자니 어쩜 이리 한 구석, 한 구석, 통일성 없이 닮은 구석이 많을까. 그나마 나는 나은편. 울 누님은 아버지의 작은 키 + 어머니의 허리 긴 몸매.. 얼씨구나! 그래도 넌 머리는 좋지않니.
  anyway, 뛰어난 여성의 난자에 역시나 강력한 남성의 정자가 만나 빅뱅과도 같은 엄청난 분열을 통해 부모세대의 장점만을 골라 태어나는 울트라 2세대. 정자병원에서 '사' 자 들어가는 높으신 분들의 정자가 비싸게 팔린다는 소식과도 어느정도 아구가 맞아 떨어지는 듯도 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재료에서도 요즘 이런 시너지 효과를 통해 '신소재' 를 개발하려는 바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합재료가 바로 그것인데 혼합물과는 달리 두 물질이 섞이면서 서로의 특징을 잃지 않고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후딱 지워버리는 소재를 의미한다. 여성의 난자를 모상, 즉 기지재라 한다면 남성의 정자를 강화재, 보강재에 비유할 수 있는데 기지재에 스며든 강화재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 소재는 강도, 인성 등의 기계적 성질이 기존의 재료에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원씨 쌍둥이를 보라. 아무리 유전자가 좋다 한들, 장점만을 골라 새로운 인간을 만들기가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을 통하지 않고서야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마찬가지로 복합재료 역시 기지상과 강화재간의 계면 접착, 강화재의 방향, 미세조직 등에 따라 그 기계적 성질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때문에 높은 단가와 대량생산의 어려움으로 아직까지는 다양한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탄소섬유강화합금, 유리섬유강화합금, 금속기지복합재료 등이 이에 속하며 고가의 제조비로 인해 우주선, 항공기, 골프 클럽 등 그 응용범위가 제한되어 있지만 꾸준한 연구원들의 노력으로 그 사용량과 범위가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좋은 것만을 취합해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인간들의 욕구. 어찌보면 사람이 갖고 있는 당연한 욕심이겠지만 틈을 허용하지 않는 듯한 삭막함이 한켠으로는 포용력이 부족한 사회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 허나 나도 가슴털 달려 씨를 통해 종족을 확장하고픈 본능을 가진 남자이다 보니 짤막히 머리를 때리는 나의 이상형은, 똑똑해야 하고, 얼굴도 창백해야 하고, 쌍꺼풀도 있어야 하며, 피부도 좋아야 하고, 눈도 커야 하고... 이런 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