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고대 空감대

방바닥 2007. 11. 12. 02:50

 단과대의 대표자를 뽑는 고려대학교 공대학생회 선거가 진행중이다. 역시나 '비권'을 운운해 작년 공대학생회와 총학생회를 장악했던 '고대공감대 선본' 의 당선이, 아마도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단독 출마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며(능력과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별개다) 딱히 이뤄놓은 것도 없었기에 선거에 그적저적 관심이 없는 친구들은 세력을 점점 확대해 가고 있는(공대학생회의 주체가 공감대이므로) 고대공감대에 그저 그렇게 한 표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정말 '아니올시다' 이다. 우선 선거기간에 고대공감대선본은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아니, 했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강의실에서도, 등교시 교문에서도 공감대의 선거운동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선거 팜플렛이 도서관 자리마다 살포시 놓여 있었을 뿐이었다. 역시나, 선거일을 앞두고 대자보가 걸렸다. "선거운동이 미진해서 죄송하다. 하지만 뽑아주면 열심히 하겠다" 한 마디로 날로 먹을테니 뽑아줘라, 그럼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단다. 대체 뭘 믿고?
 그들이 내세운 공약 역시 한 마디로 "형편없다". 대충 기억나는 것이 시험 기간 과도관 연장 기간을 4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줄인다는 것인데 대체 이 공약을 낸 이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 보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자리가많이 부족하기에 그렇다, 라는 것인데 2시간 마다 연장을 해야 한다면 못해도 1시간 40, 50분마다 일어나 키오스크에 가서 카드를 찍어야 한다. 현재도 공부를 하다 깜박잊고 자리를 뺏기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대체 2시간 마다 한 번씩 연장을 한다면 집중을 해서 공부를 하란 소리인지, 뭐, 이건 그렇다 쳐도 문제의 접근 방법 자체가 잘못되었다. 도서관이 형평성을 갖고 자리를 운용하려면 먼저 온 사람이 두, 세 자리 차지하지 않고 차례차례 하나씩 소유하면 해결 될 문제다. 현재 시험기간 중 도서관의 가장 큰 문제는 아침에 한 사람이 무려 10개의 학생증을 소지하고 10개의 자리를 맡는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7시부터 시작하는 1층 도서관의 자리가 8시도 안되서 꽉차는 일이 발생했을까. 그것도, 정작 자리는 텅텅 비어있는데 말이다. 즉 시험 기간 도서관 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친구들의 자리를 미리 맡는 일을 막는다면 불평, 불만 없이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공약이 "enku" 즉 공대 홈페이지를 활성화시키겠단다. 이건 뭐 반학생회선거도 아니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고려대학교의 온라인 홈페이지는 www.korea.ac.kr과 고파스라는, 현 고대공감대 총학생회가 만든 커뮤니티 둘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공대 내의 목소리? 그것 역시 존재하는 현 게시판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과 별 게시판을 만든대나 뭐래나 하는데 현재 각 과의 홈페이지가 존재하며 그 내의 자유게시판 역시 활발한 모습을(신소재공학부의 경우) 보이고 있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하나. 한 마디로 별 생각없이 보이기 위한 공약을 만들었다고 밖에.
 
 하나 더 넘어가, 고대공감대의 지난 해 공약과 이뤄놓은 성과를 살펴보자면, 총학생회장이 "등록금을 하나은행에 내세요" 라는 광고로 하나은행 ATM기의 수수료가 없어졌다. 이것 하나만 보면 꽤 그럴 듯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역시나 별로다. 돈 8000원을 주면 만들어주는 '청춘' 이라는 카드. 이를 이용해 피씨방과 패밀리 레스토랑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단다. 대동제 때는 수많은 기업들에게 학내 공간을 내줌으로써 퐁퐁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잘 놀았단다. 그게 끝이다. 또 무엇이 있었는가?
 애당초 '철학' 이라는 것이 없이 비권에 대한 반감으로 당선된 고대공감대는 출교자 사태에 대한 "투표" 공약 역시 자신들의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며 결국 "없었던 일" 이 되고 말았다. 이 일은 현재 출교는 교육을 포기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학교는 패소했고 항소를 준비중이다. 이 곳에서 고대공감대가 한 일은? 삽질밖에 더 했는가.
 시험 기간 고대공감대는(공대학생회가 한건지 총학생회가 한 건지 확실치 않지만 역시나 고대공감대의 일이었다) 공대생들의 2, 3차 시험기간에도 하나스퀘어 열람실을 24시간 개방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1학기때 그 시범 도입에 들어갔다. 하지만 2, 3차라는 것이 일반화학, 일반물리, 미적분학이라는 빅3에 제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역시 2학기에 들어서는 아무런 이야기없이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하나스퀘어 열람실 앞에는 1학기때 붙어있던 "도서관 열람실 운영을 위해서, 시범 운행중인 2, 3차 기간 24시간 개방을 위해 학생증을 꼭 찍고 돌아다니라" 라는 허름해진 문구가 아직도 붙어있다. 일을 하는 건지 안하는건지. 학교측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학생들에게 알리던가 했어야 하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모르는 학생들은 "왜 24시간 안하냐?" 라며 자리싸움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한 마디로, 고대공감대의 공약, 그리고 철학, 의지는 空이다. 아무것도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식한 놈이 용감한 것' 이라고 하는데 현 고대공감대의 모습이 딱 그꼴이다. 총학생회장을 하려는 이유도, 철학도, 공대학생회장을 하려는 이유도, 철학도 확실치 않다. 그저, 반운동권이라는 예전 문구를 내세워 "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학생들의 복지와 편의에 신경쓰는" 이라는 것 하나로 여전히 진행중이다. 아, 이것이 그들의 철학이라고 강변한다면 대체 지금까지의 학생회는 학생 복지와 편의에 신경쓰지 않았는가 되묻고 싶다. 학교를 6년 다녔지만, 지금의 비권 학생회와 운동권 학생회가 이뤄놓은 학생들을 위한 복지와 편의는, 별반 달라진게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에 대적할 다른 선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고대공대학생회는 공감대의 손에 넘어갔다. 각 반의 회장, 부학생회장은 공감대의 철학 아닌 철학에 열광하고, 그대로 이어지는 그 후대의 회장, 부회장 역시 공감대의 그 빈소리 철철하는 철학을 따라갈 것이다.
 '강철 공대' 라는 공대. 그 강철은 예전처럼 탄탄하지 않았다. 속이 텅 빈, 빈수레 소리만 요란한 그런 깡통으로 전락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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