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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라 마셔라

술이 나를 삼켰다. 처음으로 다른 팀 선배와 갖게 된 술자리. 부어라 마셔라, 이런 저런 조언들 사이에서 부어라 마셔라, 이런 식으로 접근해 봐라 부어라 마셔라. 기억이 나는 것은 새벽 1시, 딱 거기까지. 후배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떴다. 기억이 없다-_- 출근해야 해, 일어나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_-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_- 입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탔다간 사람 가득한 열차의 한 가운데에 홍해의 기적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탔다. 지갑을 열었는데-_- 아 시발 내 돈, 내 돈, 내 돈!!! 5만원 지폐 4장이 있었는데 2장이 사라졌다. 시발 어디갔지! 카드밖에 쓴 기억이 없는데!9시 20분까지 올려야 하는 일보(오늘 이..

일상 2012.09.27

술술-_-

출근 전날 과음은 쥐약임을 다시 느끼는 중이다. 더군다나 ‘새벽 6시까지’라는 시간-_-이 더해지니 몸이 말이 아니다. 3시간 자고 일어나 출근-_-. 회의에 들어갔다가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보는데 데이터가 뇌로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결국 점심을 포기하고 근처 목욕탕-_-에 가서 50분 정도 잠을 잤다. 술기운이 남아 있어서인지 정말 잠이 들었는지, 술이 깨면서 말똥해지는 뇌 덕분에 그냥 갖가지 상상을 한 것이 꿈처럼 다가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정신없이 쓰러졌고 일어나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하다-_-. 일요일이라 부담감이 적어서, 화요일자 과학면 아이템을 미리 찾아놔서 다른 토요일과 달리 조금 여유를 느꼈던 것이 컸다. 그 여유가 술을 불러왔고-_-..

일상 2012.09.16

酒暴

‘주폭(酒暴)’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술을 거하게 마시면 목청이 트이고 욕이 난무하며-_- 동작이 보름달만큼-_- 커진다. 그동안 기자생활 하면서 술자리는 참 많이 다녔는데 신발 벗고 등 기대어 앉을 수 있는 횟집이나 한식집에 점잖게 앉아서-_- 높은 직책을 가진 분들과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황이 대부분인지라 억눌린 욕망-_-을 가슴 깊이 눌러야만 했다.선배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도 상당히 많았는데(술자리의 90% 정도-_-) 연차도 짧고 실력도 없는 조무래기 기자인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거나 흥겹게 어깨를 들썩이며 술자리에 참여할 리 없다. 결국 가끔씩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거의 미친 상태가 되곤 하는데 어제 밤에도 그랬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꾸역꾸역 ..

직장 2012.08.15

믿음

사람을 믿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믿었다가 뒤통수 심하게 맞고 두 눈 홀라당 튀어나올 법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코를 세게 얻어맞고 흘러내리는 코피가 입술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그 쌉쌀함;;과 같은 느낌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 인생관을 바꾸기도-_- 하고. 핏줄이라는 이유로 무한 사랑과 믿음을 수렴 발산하는 것으로 알았던 가족간의 관계도 ‘패륜’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무너지는 것을 보면 믿음이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이 사람은 언제든 내 믿음을 져버릴 수 있겠구나, 내가 손해 보는 짓을 할 것 같니-_-. 마음 한 공간에 쟁여놓았던 이런 생각들은 실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내가 겪을 아픔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게 뭔가;;’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했..

원씨 2011.06.09

지난 한 주를 마치 1년 처럼 보냈더니 이번주 내내 한 여름의 개처럼 골골 거린다. 아무것도 하기도 싫고 잠만 쳐오는 것이 무기력증에 빠진 듯 만사가 귀찮다. 미친듯이 골머리 때리고 대가리 휘둘렸던 탓에 원씨라는 인간 자체에 과부하가 걸렸는지 그대로 정지. 그런데도 귀찮지 않은게 바로 술. 올 들어 술을 참 자주 마셨는데 회사에 입사한 뒤 건강 검진을 받으며 "일주일에 술을 얼마나 드십니까" 라는 질문에 "한 달에 두세번인데.." 라며 0.5회를 찾고 있었던 1년 전에 비하면 세상만사 휙휙. 올 해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 번은 필수였고 옵션으로 서너번은 마셨으니 이제 건강검진 하면 자신있게 1회 이상에 체크해도 되겠다. 더 이상 고민 안할테니 다행(응?). 술을 홀짝홀짝 자주 마시다 보니 오늘처럼 일찍 퇴..

일상 2010.06.30

신영이의 소개로 만나게 된 분들과 함께 책이 나왔다. 별거 아니지만 재밌는 경험과 또 다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은 참으로 큰(!)일. 인세는, 일단 어제 먹은 술 값의 절반도 안나왔을 듯 하다. 어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취한 상태에서 신촌에서 안산까지 무난히 도착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명세표를 보며 간간히 기억을 해내니 여명도 한 캔 사먹었고 컨디션도 하나 사 먹었고 잃어버린 것 없이 총알 택시를 타고 집 앞에서 내린 듯. 아침에 눈을 뜨니 팬티바람에 침대 속에서 비비적 거리고 있었고 어제 열심히 구워먹은 마늘 냄새와 폭탄주의 씁쓸한 끝맛, 은은히 베어있는 담배냄새가 뒤섞여 가공할만한 홀애비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우루사를 사야겠다... 원래는 이 내용을 쓰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정신이 없는 관..

원씨 2009.03.01

새 삶

8월의 마지막 날에 거창한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며 피묻은 명세표를 지갑 속에 꾸겨 넣었다. 시간 되면 태워 버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옷 장에 쳐박혀 있는 이름모를 외투를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음, 태워 버리기에는 약간 겁이 날 정도의 크기, 그냥 버려야겠다. 담배를 끊기로 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결혼하면 끊어야지 라고 막연히 줄창 피워댔었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삶' 이라는 것에 도전해 볼 기회를 얻은 것 같다(허나 솔직히 자신은 없다). 회사에서의 본업 교육도 시작이 되었고 워킹그룹 팀배치도 이루어졌으며 내 자리와 피씨도 생겨났다. 내일은 출입증, 사원증이 나온단다. 술로 뒤집어진 속을 어르고 달래면서 이마에 생긴 시퍼런 멍 말고도 뒤통수 곳곳에 크고 작은 혹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상 2008.09.01

피묻은 명세표

간만에 석웅이를 만났다. 만날 바쁘다고 빼던 놈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웠고 그랬기 때문에 소주 한 잔 한 잔이 달콤했다. 그간 얻어먹은 것도 많았고 월급도 받았으니 내가 쏘마, 라는 말로 즐겁게 넘기다가 직장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바에서 양주 먹기를 하러 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생일 때 마다 9900원 짜리 피자 먹으러 가던 우리가 양주를 먹을 정도가 되었구나, 라며 이런 저런 추억과 께 양주를 비웠는데... 여기서 끝이어야 했다. "한 잔만 더하러 갈까?" 라는 말에 덩실덩실 또 다시 술집을 찾아 해맸고 결국 내 기억은 거기까지 였다. 눈을 뜨니 이상한 모텔에 누워있었고 석웅이는 사라졌고 내 손에는 피 묻은 카드 명세표가 쥐어져 있었다. 이게 얼마야... 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

일상 2008.08.31

자취

새벽에 신발장이 무너졌다. 우당탕 소리가 나길래 김상곤씨가 들어온 줄 알았건만 고개를 돌리니 서서히 침몰해가는 타이타닉처럼 조립식 신발장이 쓰러지고 있었다. 이미 신발은 밑으로 나뒹굴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상태. 바로 앞에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쓰레기 더미 위로 토하듯이 신발들은 흩어졌고 신발장 밑에 쌓아 놓았던 신문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몸을 핥으며 멀리멀리 퍼져갔다. 짧게 '니미' 를 외치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하이타이를 다썼다. 1.5kg짜리를 살까 하다가 곧 방을 비울거라는 생각에 1kg을 골랐다. 3,000원. 이제는 대충 가격도 때려 맞춘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돌렸다. 자취방 공동룸에 있는 세탁기 두 대 중 한 대는 자꾸만 삐걱거리더니 얼마 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일상 2008.06.18

용주

1.뜻 용주 : 龍酒(용의술), 溶酒(질펀히흐르는술), 鎔酒(녹이는술), 慂酒(권하는 술), 冗酒(쓸데없는술)등 여러 의견이 분분하나(용자 치고 한자키 누르면 나오는 모든 한자 가능)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음. 2.만드는 방법 ①칵테일용주 : 글래스잔에 1/5정도 콜라나 환타를 채운다. 소주잔을 넣고 소주가 넘쳐올라 콜라 밖으로 살짝 넘칠때까지 따른다. 마지막으로 맥주를 채운다. ②달짝용주 : 글래스잔에 콜라를 반 정도 채운 소주잔을 넣는다. 소주잔을 한 잔 더 넣은 후 소주를 채운다. 마지막으로 맥주를 채운다. ※차이점 : 칵테일용주의 경우 처음부터 끝맛까지 달짝지근하다. 소주의 맛이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도 잔잔한 맛이 이어지기에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달짝용주의 경우 첫 맛은 쓰지만 끝맛은 꿀맛이다..

기록 200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