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6

생일 잔치, 추석

매 번 생일을 맞을 때 마다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에 어거지로 몸을 비비꼬곤 했었는데 20대의 마지막 생일이라는 상징성을 운운하기엔 아직도 너무 부족한 것이 많은 인간이다. 열심히 사는 것은 그렇다쳐도, 삶에 대한 '철학' 이 부족한 것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응?). 김대중 자서전을 읽던 도중 생일을 맞았다. 아, 어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김대중 전대통령을 똑같이 따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요즘 느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 전 꽤 오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글로 정리할 정도의 정리가 안되었기에 일단 패스. 좀 논란이 될 듯한 부분이기에. 여튼, 생일 날 아침 누나의 신경질 적인 목소리를 참지 못하고 대놓고 소리를 박박 질러 댔다가 탁구 치듯 기깔나게 오간 누..

일상 2010.09.27

이상한 여자

추석을 맞이하여 도여사와 저녁을 함께 하던 중 재미난 이야기를 접했다. "오빠. 이상한 여자라고 알아요?" "몰라. 뭔데?" "그게 뭐냐면..." 하면서 시작된 도여사의 말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뒤져 찾아봤더니 꽤 유명한 이야기더라. 하여튼, 나이를 쳐먹어 가며 뻔뻔스럽게도 눈은 정수리 꼭대기에서 두 팔을 흔들고 있는 듯 한데 그 사이 접한 '이상한 여자' 에 대한 이론은 재미나다가도 씁쓸해진다. 반쪽을 찾는 일이 더욱 어렵고 또 좁아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나도 모르게 엄습하기 때문일지도. 이 이론(?)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인류를 새롭게 분류하는 것 자체는 무지 신선하다 낄낄) 실제 이런 여성이 존재하고 또 내 옆에서 밝게 웃고 있다면 살짝 겁이 날 듯 하다...

일상 2008.09.15

추석

매 해 추석을 어찌 보냈는지,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을 보니 재미난 에피소드나 화끈했던(?) 경험이 부족한 듯 하다. 근래 들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추석은 2년 전, 복학을 한 뒤 학점에 쩔쩔매며 시험을 앞 두고 과도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있지만 마음만은 저 커다란 보름달 마냥 여유롭고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귀성길(?)에 올랐었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이 역시 기뻤던 추석에 대한 기억은 아닌듯. 언제나 그랬다. 추석날 아침일찍 귀성길에 오르는 우리집 같은 경우는 졸린눈을 부여잡고 "에이고, 자식들이 다 컸는데 만날 아빠가 운전하는 집은 우리 밖에 없을거야" 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이어폰으로 틀어막으며 상석에 앉아 부족한 잠을 채우며 시작했고 덩달아 없어진 입맛 덕분..

기록 2008.09.14

뱃살

추석이기에 먹을 것이 조금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도 추석 연휴 내내 송편과 기름진 전 따위에 파묻혀 누워 지내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 단지 예상외로 긴 연휴와 금요일 수업의 휴강으로 인해 생긴 여유로움덕에 나긋해지는 몸에 대한 변명일 뿐. 그러다 보니 늘어지고 축 쳐진 뱃살이 친근하면서도 한숨거리로 다가온다. 예전엔 안그랬는데, 라며 회상해 보지만 옛날에 안놀았던 사람 어디있고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몸이 무거워졌음을 느낀다. 몸무게는 그대로인것을 보니 아무래도 근육의 비율보다 지방의 비율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이 틀림없다. 또 예전 이야기를 꺼내면, 그 날렵하고 순발력있던 몸이 늪에 빠진 사람처럼 점점 느릿해지고 있는 듯 하다. 뱃살을 조금 빼야겠다. 게을러서 운동 할 시간을 찾기..

일상 2007.09.25

뱃살

추석이기에 먹을 것이 조금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도 추석 연휴 내내 송편과 기름진 전 따위에 파묻혀 누워 지내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 단지 예상외로 긴 연휴와 금요일 수업의 휴강으로 인해 생긴 여유로움덕에 나긋해지는 몸에 대한 변명일 뿐. 그러다 보니 늘어지고 축 쳐진 뱃살이 친근하면서도 한숨거리로 다가온다. 예전엔 안그랬는데, 라며 회상해 보지만 옛날에 안놀았던 사람 어디있고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몸이 무거워졌음을 느낀다. 몸무게는 그대로인것을 보니 아무래도 근육의 비율보다 지방의 비율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이 틀림없다. 또 예전 이야기를 꺼내면, 그 날렵하고 순발력있던 몸이 늪에 빠진 사람처럼 점점 느릿해지고 있는 듯 하다. 뱃살을 조금 빼야겠다. 게을러서 운동 할 시간을 찾기..

일상 2007.09.25

한가위입니다

한가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예상 외의 긴 연휴 덕분인지 달력을 넘기는 들뜬 손가락과 몇 초 동안 지긋이 내려보며 빨간 날 수를 확인하게 되는 흥분어린 가슴은 비단 저만의 모습의 아닐 겁니다. 고연전 덕으로 훌쩍 지나가버린 9월과 연휴로 첫 주를 반납하고 들어가는 10월. 왠지 올 2학기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지는 자생관 식당 메뉴처럼, 그렇게 훌쩍 꺼져버릴 것 같습니다. 과도관에 앉아 물리화학책과 몇 시간 동안 씨름을 하다 보니 슈뢰딩거가 조용히 저에게 말을 건냅니다. "gg치시죠.." 쓴 입맛을 다시며 필통을 정리하는데 주위에 있던 학우들의 표정에서 왠지 근심어린 한숨과 넋빠진 기운이 묻어 납니다. 그래도 연휴인데, 점점 줄어가는 공휴일을 앞두고 찾아온, 커다란 보름달 만큼이나 넉넉함이 묻어나는,..

일상 200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