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35

이동/치매

"아빠가,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해."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는데, 이 몇 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아빠의 병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꺼이꺼이, 말 그대로 목놓아 울 정도로 단전이 끌어올랐다. 입을 꽉 물고 참았다."응" "그래서" "나가자" "먹었어" 이 말 외에는 할 수 없었던 아빠였다. 눈은 항상 힘이 없었고 촛점을 잃었다. 목소리도 그랬다. 한마디 이상 연결하지 못하던 아빠가 엄마의 울음소리에, 울음을 참고 있던 내 목소리에, 핸드폰 너머에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치매. 정말 지랄같은 병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사라진다. 아기처럼 변하는데, 몸은 늙었다. 지켜주는 사람은 무너져 내린다. 엄마는 우울증에 걸렸다. 밤마다 밖으로 나가려는 아빠를 막으려다..

기록 2025.01.30

포이동 화재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판자촌 ‘포이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침 뉴스를 보며 “아, 왜 어려운 사람들한테 이렇게 불행한 일이 덮칠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 머릿속에서 더 이상의 사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가 포이동 공부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친구의 외침에 정신이 번뜩;;였다. 현실이라는 것에 많이 무뎌져 있었다. 현실에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던 감정들이 바짝 녹이 슬어 떨어져나간 쇠붙이처럼 쾌쾌한 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조철순 포이동 대책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울고 힘이 빠지면 우리 동네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는데, 이제는 크게 분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잠시 소름이 돋고 한숨을 쉬었을 뿐. 역시 난 대인배, 똘..

기록 2011.06.13

감동

요즘 슈퍼스타k2 를 즐겨 보고 있는데 이 두번의 노래는 계속해서 찾아 들을 만큼 뭔가 울림이 느껴진다. 음악의 '도' 자도 모르는 나도 가만히 보고 듣고 있으면 입을 헤~ 벌리게 만드는 그 찌릿함, 입 꼬리가 슬슬 찢어지는 그 즐거움. 신선해서 그런가,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슈퍼스타k2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 그런데 김지수가 21살이라는 거는 좀... 그러고 보니 29살의 내 얼굴도 중3때 부터 변하지 않았으니, 그럼, 동병상련을 느껴서 그런가. 김지수 화이팅.

기록 2010.09.30

파고다 1:1 다이렉트 잉글리쉬 후기

파고다 다이렉트 잉글리쉬(Direct English)를 다닌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총 7번의 수업을 했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비싼 학원비에도 불구하고 한달 더 등록을 했다. 언제나 그랬듯, 성과급이 들어왔기에 차가운 도시 남자 원씨는 거칠 것이 없지. 학원을 등록하기 전에 여기저기 참 많이 알아봤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리뷰(?)는 찾기가 힘들었다. 네이버 지식인의 "비싸지만 괜찮을 거에요" 라는 말과 아는 동생의 "다녔었는데 괜찮았다!" 라는 말이 전부였는데 결국 '상담이나 한 번 받아볼까' 라는 의도로 찾아갔던 것이 그 자리에서 레벨 테스트를 보고 등록을 해버리고 말았다-_- 냉정함을 자랑하는 나의 성격상(응?)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암튼, 7번을 해 본 결과 영어 실력 향상에 ..

기록 2010.09.06

해커스 토익 - 한승태 선생님

대학 내내 토익 학원이라곤 다녀 본 적이 없는, 아 아니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2003년도 8월, 훈련소 입소를 한 달 앞두고 한달 간 파고다 어학원의 토익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돈 내고 딱 한번 나가고 매일 학교가서 당구치고 놀았습니다. 대체 복무를 하면서 처음 토익에 손을 댔다. 당시 '토익넷' 이라는 곳에서(지금은 안열리네-_-) 학교별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보겠다고 5000원 결제하고 열심히 한달간 게임한 뒤 토익 시험을 봤다. 650점. 그 뒤 이익훈 어학원의 AP5분 뉴스 한달 몰아치기로 780을 맞은 뒤 토익을 접었다. 대체 뭔 깡으로, 왜 그 점수에 '이 정도면 됐어' 하면서 그만 뒀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기는 한데 결국 20..

기록 2010.07.16

경익형님(허구연 성대모사)

허구연 성대모사 하는 현대자동차의 HERO 경익형님 ㅋㅋㅋ 끝까지 보면 "니 모하노" 라는 누군가의 물음에 멋쩍은 듯이 쓰윽 꺼버리는 모습이 귀엽다. 경익이형과 그리 오래 알지는 못했지만(첫 인사를 건냈던 것이 2007년이니!)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경익이 형을 중심으로 밝은 오로라가 펼쳐지게 할 줄 아는, 정말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다.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환상속의 그대를 입으로 반주까지 다해가며 춤까지 추더라)속에서 내가 간간히 뛰었던 행사(응?) 사회의 구할의 모티브는 경익이 형님이었다. 어색하게 따라만 해도 중간 이상이고 내 것으로 조금만 소화 시키면 박수 받는다. 그러니 경익이형의 능력은 정말 대단. 회사에 입사한 뒤에도 만날 티비에 나오더라...

기록 2010.06.30

아빠

어렸을 적 나와 누나가 놀던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기 아까웠는지, 엄마는 테이프 수십개를 틀어 놓고 녹음을 하셨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토닥거리던 그 곳에는 아빠가 출근을 하시고 난 뒤 셋이 함께 했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얼토당토 않게 내가 누나에게 "너가 애냐" 라는 말을 던지는 부분도 녹음이 되었고(아마 누군가 사용했던 말을 따라했겠지) 엄마가 장난 친다고 꼴까닥, 하고 죽은 척을 하는 바람에 나와 누나가 안절부절 못하는 소리도(?) 녹음되어 있었다(10분 뒤 나와 누나는 누워있는 엄마를 뒤로 하고 까르르르 하며 놀았다지). 한 번은 퇴근 하는 아빠의 음성이 들리기도 했다.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나와 누나는 "아빠~~" 하며 앵기는 듯 했고 먹고 살기 힘든 탓에 하루 종일 피곤했던 ..

기록 2010.06.15

디자이너 문선생님 - 1

머리를 잘랐다. 어디서곤 머리를 자르고 나면 언제나 들리는 소리 "착해졌어요". 정확한 의미와 의도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회사에 입사한 뒤부터 '단정' 하게, '아저씨' 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담없을 만큼의 나이도 됐으니 대충 이름에 걸맞는(호섭!) 스타일을 뿜고 다녔나 보다. 10여년을 넘게 다닌 집 앞 쌈지 헤어아트의 원장님께 정말 죄송하지만 약 6개월 전부터 미용실을 옮겼다. 집을 이사한 뒤로는 거리도 약간 생겼을 뿐만 아니라 펄럭대는 귀에 '이제 그런데서 자를 나이 됐어' 라는 말 한마디가 쑤욱 들어와 버리더니 어느 순간 '박준 헤어아트' 의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는 착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닥 훌륭한 외모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 헤어 스타일에 따라 전체적인 외양이 단방에 바뀌곤 했는데 ..

기록 2009.08.28

김대중

집안 어른들의 '빨갱이' 라는 말로 처음 접했던 김대중. 개뿔 모르던 시절 평평한 뇌 주름에 각인 되었던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2002년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였다. 그 때도 집안 어른들의 "노무현 되면 나라 망한다" 라는 소리에 휩쓸려 갈 때 쯤 "예전에 김대중이 정권 잡으면 나라가 공산주의되고 망한다고 했었는데..." 라는 나름 기특한 생각에 노무현과 김대중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 뒤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극우보다 더한 빨간 안경을 끼고 그들의 말을 새대가리처럼 따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인 그가 떠나갔다. 아찔하게도 우리는 같은 년도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그것도 가장 괜찮았던(!) 이들을 잃고 말았다. 그리 각..

기록 2009.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