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해."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는데, 이 몇 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아빠의 병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꺼이꺼이, 말 그대로 목놓아 울 정도로 단전이 끌어올랐다. 입을 꽉 물고 참았다."응" "그래서" "나가자" "먹었어" 이 말 외에는 할 수 없었던 아빠였다. 눈은 항상 힘이 없었고 촛점을 잃었다. 목소리도 그랬다. 한마디 이상 연결하지 못하던 아빠가 엄마의 울음소리에, 울음을 참고 있던 내 목소리에, 핸드폰 너머에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치매. 정말 지랄같은 병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사라진다. 아기처럼 변하는데, 몸은 늙었다. 지켜주는 사람은 무너져 내린다. 엄마는 우울증에 걸렸다. 밤마다 밖으로 나가려는 아빠를 막으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