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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라우

먼저 자신이 원하는 삶만 알아내면 된다. 그 다음에는 그냥 살면 된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뜬금없이 센치;;해 지기는 싫은데 '어떤 삶'을 원하는가, 와 비슷한 질문을 들을 때면 언제나 대답이 머물머물-_- 해 지면서 약간 얍쌀코롬 해 진다. 어렸을 적(응?)부터 ‘뭔 삶을 살까’ 고민을 하긴 했었는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과 내가 속해 있는 이 울타리 안에서 교집합으로 존재할 만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없기 때문일 테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과 철학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지금은 그냥 산다-_- 절충안을 찾은 것이 “사람답고 인간다운” 삶인데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이성을 갖고 있..

원씨 2011.06.02

삶의 방식

누구나 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 몇 년을 살았던 자신이 경험한 인생이 쌓이고 때론 무너지면서 자신만의 개똥철학-_-을 만든다. 학창시절 여드름이 많던 누나가 언젠가 “이제 볼에 여드름 생기면 어떻게 짜야 하는구나, 짜면 흉터는 이렇게 생기겠구나, 이건 기다려야 하는구나, 라는 걸 알 것 같아”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건 아닌가-_- 여튼, 때문에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성격이 너무 예민하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남들이 하는 얘기를 모두 자신에게 대입하던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가(아 꼭 내 얘기 같아-_-) 지인의 “인생 통 크게 살아”라는 조언에 다음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So Cool”(So Sexy, So incredible!) 하면서 대중 앞에서 춤을 출 수는 없..

원씨 2011.05.03

청계천 워킹

#간만에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이 북적거렸다. 날이 풀리긴 풀렸나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볍다. 일교차가 크다기에 챙겨 입은 외투 속으로 땀방울이 흐를 정도로 열심히 걸었다. 화장실이 급했다-_- 퇴근길에 선배가 사준 딸바(딸기+바나나 주스)가 문제였다. 흘러가는 생각을 잡으려 해도 금방 부산해졌다. 가령, ‘오늘은 집에 가서 일단 씻고 책을 읽어야겠다. 카산드라의 거울을 너무 안 읽었네. 훌떡훌떡 넘겨보던 생활 속의 고분자라는 재미없는 책도 좀 집중해서 읽어야겠고. 절정 꽃미남 전정환한테 전화해서 군복을 빌려놓고 화장실로 뛰어 가야지. 아 나 지금 급하지. 젠장’ 뭐 이런 식-_- #평화시장 근처를 지나는데 고등어 냄새가 코를 덮쳤다. 수백 마리를 한 번에 굽고 있는 듯 했다. ..

원씨 2011.04.21

부정의 삶

직장을 가진 뒤 2년하고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짧을수만은 없는 시간이다.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경험했던 일들 하나하나가 2년 3개월 전과는 다른,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을테다. 그 전과 비교해 몸으로 느끼기에도, 남들이 보기에도 가장 달라진 것은 한숨이 늘어났다는 것과 머릿속을 에누리 없이 꽉꽉 채우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그럼 어쩌지, 에휴. 원긍정이 되어 보기로 마음 먹고 책을 세권 구입했다. 불평 없이 살아보기, 긍정 심리학, 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 줄. 책 세권을 읽는다고 당장 바뀌는 건 없겠지만 뇌를 꽉 채우고 있는, 가뜩이나 어둡게 생긴 얼굴을 점점 더 암흑처럼 만들어 버리는 생각들을 희석시켜야겠다. 난 Positive 원, 파지 원이다... 제..

일상 2010.10.11

균형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 모든 일에 만족하는 것(솔직히 요건 오바고), 내가 해야 할 일, 내게 주어진 일을 모두 소화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는 일이 한 두개 정도면야 무리없이 그럴듯 하게 양쪽에 양해를 구해가며 아이고 성님, 이라는 말과 함께 비벼대는 손바닥으로 얼추 커버가 가능하겠지만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맞춰 나가듯 여기서 줍고, 저기서 줍고, 그리고 요리조리 맞춰가며 두손 두발 다 써가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난감할 때가 많다. 이 일에 참석하게 되면 저 일을 못하게 되고, 저 일에 참석하게 되면 그 일에는 소홀하게 되니 예전 김동환 교수님께서 내게 주셨던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많을 때는 평소에 정리를 잘 해 놓는 것이다. 일의 경중과 자료의 정리, 파일의 정리, organiz..

일상 2008.12.30

It's difficult

세상사는게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인생은 왜 이러지 눈물이 핑돌지 따듯할 때도 있지 추울 때도 있지 때론 울지 때론 웃지 그렇게 살지 우리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나 봐봐 재진아! 넌, 인생이 뭐라 생각해 (예? 아 잘 모르겠는데요)어 그래? 나는 그냥 우리 인생을 3가지로 나눌수 있다. 콩, 자, 반 콩.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우리네 인생 자. 자기가 뿌린데로 거둔다는 말이야 바른 말이지 모두 옳은 말이지 반. 반찬없는 밥은 맛이 없듯이 노력없는 성공은 그 빛이 바래지 않을까? 하는 나 졸라 짧은 생각이었음 2001년 한창 재수하던 시절 내 귓구멍에 언제나 박혀 있던 노래 중 하나였던 Alive. 당시 DJ D.O.C의 노래는 꼴값하며 김동률, 정재형 등 있어보이는 뮤지션들의 노래만 듣..

전공 2008.12.12

인간

"안녕하십니까" 라고 인사를 하면 "아니요" 라고 대답을 해버리는 참으로 까탉스럽고 별로이고 재수없고 건방져 보이는 사람의 대답에도 씨익 웃으며 "어디 안좋으신가봐요" 라는 말 한마디 더 건낼 수 있게 되었고(그렇다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건 아니고)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나 나는 이러저러한 것을 하고 있으며 남들과 달리 요러저러한 것도 하고 있어요, 라는 말에 목구멍이 근질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군자의 말씀을 되뇌이며 아무말 없이 어설픈 웃음끼를 입가에 비치며 닥치고 찌그러져 있는 행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그렇다고 내가 남들과 달리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고). 2004년 처음 깨달았던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 이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헤깔릴 정도가 되어..

원씨 2008.10.30

철계 가족

철과 탄소가 결합해 대대손손, 오순도순 살아오던 철계 가족은 오스테나이트에 이르러 그 이름을 널리 떨치기 시작했다. 오스테나이트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첫째인 펄라이트, 둘째 베이나이트, 그리고 막내는 마르텐사이트라 불리었다. 세 명의 자식은 그 이름만큼이나 각기 독특한 성격을 자랑했는데 진주조개처럼 번쩍 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첫째 펄라이트는 온 몸에 검은색, 흰색의 주름이 편상으로 존재한 특이한 친구였다. 어머니인 오스테나이트는 첫 아이인 펄라이트를 낳으며 오랜 산통을 겪었고 결국 꽤 오랜시간에 걸쳐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허나 아이도 한번은 연습이라고 둘째인 베이나이트는 그보다 빠른 시간내에 큰 산통 없이 낳았으며 막내인 마르텐사이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낳을 수 있었다. 펄라이트는 첫째 답..

전공 2008.10.08

봉급쟁이 삶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따지며 7시 20분이 되면 슬그머니 가방을 싸고 그룹장이신 차장님께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뻘쭘하고 초점 잃은 눈망울을 남기며 후딱 돌아섰다. 우리 그룹 4명 중 3명이 남아 있었고 그 밖에 퇴근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 나오는 뒤통수가 괜시리 화끈거렸다. 선배사원들의 말에 따르면 아직 "본업무"가 없기 때문에 5시에 가도 괜찮다, 고 하지만 워낙에 소심한 인간인지라, 그리고 그럴만한 배짱도 없는 인간인지라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상상 한 번으로 만족한다. 7시 40분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8시 30분쯤 도착한다. 씻고 포도 한 송이 먹고 괜히 신청한 사이버 어학교육을 한 챕터 듣고 못 본 신문을 뒤적이다 보면 금방 11시가 되고(지금처럼) 올블..

직장 2008.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