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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

요즘 주말마다 노트북과 책을 싸들고 집 근처 카페에 자주 들락거린다. 한 마디로 말하면 ‘된장질’ 작렬 중.집 근처에 ‘less is more’라는, 다소 철학적이고 있어 보이는 듯한 카페가 있는데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음은 물론이고 잔잔한 음악이 쉴새없이 흘러나와 책을 보거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에는 제격이다. 더군다나 까다로운-_- 내 입맛에도 딱 맞는 ‘버블티’가 있다. 얼마 전에는 버블티를 맛있게 쪽쪽 빨아먹고 있는데 점원이 오더니 “재료가 한 가지 덜 들어간 것을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새로운 버블티로 바꿔주기도 했다. 열라 맛있었는데-_-. 5000원짜리 버블티 하나 시켜놓고 3~4시간 죽치고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으니 직원들도 참 친절한 듯하다.지난해 5월부터 말까지 참 바쁘게 살..

카테고리 없음 2025.01.30

2014.9(2)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는 바람에, 저녁을 먹지 못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싸우시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기억으로는 상당히 ‘세게’ 싸우셨던 것 같다. 결국 아버지는 집을 나가 그날 들어오지 않으셨고, 어머니는 저녁 일찍 안방으로 들어가 다음날 아침 10시가 넘을때까지 나오지 않으셨다.누나는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저녁을 못 먹고 잠든 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가온 ‘허기짐’에 머리가 ‘핑’ 도는 경험을 했다. 한창 클 때였는지 발을 내딛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팠고, 결국 어머니가 깨지 않게 조용히 부엌에서 라면 끓일 물을 올려놨다.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어머니가 나오셔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은 채 밥상을 차려줬다. 괜히 밥을 먹으..

카테고리 없음 2025.01.30

2014.9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다 읽고 책장을 뒤지다 얼마 전 구입한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이 보였다. 밤 10시 30분, 코엘료의 책을 몇 장 읽다가 덮어버렸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싫어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코엘료의 책을 읽으며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영화를 볼까, 아니면 예능프로를 다운 받아 볼까 고민했다. 통닭을 시켜 먹을까, 아니면 떡볶이를 사 먹을까 고민했다. 오늘은 운동도 하고 왔겠다, 점심도 과식하지 않았으며 저녁은 후레이크를 두유에 타서 간단하게 해결했다. 몸이 가벼웠다. 배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가 싫지 않았다. 살찌는 것이 걱정되면, 통닭을 사서 씹기만 하고 뱉어도 된다. 통닭에 맥주를 먹으며 라디오..

카테고리 없음 2025.01.30

2016/1

새해다. 서른 다섯살이 됐다. 지난 한 주 새해의 다짐을 살리기 위해 '예열' 기간을 거쳤다. 술을 줄이는 것은 실패했다.송년회이 끝자락과, 신년회가 만나는 지금, 새해 다짐이 점점 흐릿해진다. 니미럴.그래도 해야지. 새해니까. 이렇게라도 해야(글을 남기는 것) 박약한 의지라도 조금은 살아남으니까.1.독서-핑계를 대며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바쁘다 바쁘다. 나보다 더 바쁜 사람들도 책 많이 읽더라. 주변을 보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정신상태가 썩어빠진 사람들이 꽤 있다. 정신상태가 썩어빠졌다는 것, 어쩌면 이 생각을 하는 스스로도 참 모자라 보이지만, 이 사람들은 진짜 정신상태가 썩어빠졌다. 이 바닥이 원래, 또라이들이 많다. 그런 인간은 제발 되지 말기를.2.운동-조깅,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 ..

일상 2025.01.30

2016/12

큰 이모가 돌아가셨다. 아들이 있는 베트남에 갔다가, 호텔에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한다. 사촌형이 재빨리 인공호흡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이모는 베트남에서 한줌 뼛가루가 되어 서울로 돌아왔다.실감이 나지 않았다. 집근처 살았기에 항상 "놀러와. 밥 해줄게"라고 말씀하셨다. "네"하고 웃어넘기곤 했다. 아침에 택시를 타고 이모댁으로 갔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서울 안암동에 똬리를 튼지 벌써 4년. 4년 동안 20분이 없다는 이유로 이모를 찾지 않았다.집은 그대로였다. 가장 마지막에 들렀을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때였나, 이모집에 놀러갔을 때, 이모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볶음탕을 탁자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닭볶음탕은 진짜 너 먹으라고 한거야." 그날따라 눈이 많이 ..

일상 2025.01.30

이동/치매

"아빠가,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해."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는데, 이 몇 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아빠의 병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꺼이꺼이, 말 그대로 목놓아 울 정도로 단전이 끌어올랐다. 입을 꽉 물고 참았다."응" "그래서" "나가자" "먹었어" 이 말 외에는 할 수 없었던 아빠였다. 눈은 항상 힘이 없었고 촛점을 잃었다. 목소리도 그랬다. 한마디 이상 연결하지 못하던 아빠가 엄마의 울음소리에, 울음을 참고 있던 내 목소리에, 핸드폰 너머에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치매. 정말 지랄같은 병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사라진다. 아기처럼 변하는데, 몸은 늙었다. 지켜주는 사람은 무너져 내린다. 엄마는 우울증에 걸렸다. 밤마다 밖으로 나가려는 아빠를 막으려다..

기록 2025.01.30

블로그

도메인(wonc.net) 만료를 알리는 메일이 왔다. 2006년에 만들었으니 벌써 6년이나 됐다. 블로그를 한 것은 2005년도 부터니까 벌써 7년째. wonc.net 이라는 주소가 참 마음에 드는데 블로그만 보면 내가 뭐하는 인간인지 알게 돼 소심해져 글을 쓰지 못할 때가 많다. 앞의 부분을 몽땅 날려버리고 철저하게 익명으로 새로 시작해 볼까, 고민이다. 토요일인데도 아침부터 책상에 앉았다. 내일 출근인데, 내일 편하려면 오늘 일해야지. 내일은? 그 다음날 편하기 위해 일하고. 이러다 보면 마지막 날에-_- 뭔가 편하게 가겠지-_- 니부랄

일상 2012.12.29

칼럼

기자가 된 후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전화를 받기는 처음이다. 900자의 짧은 칼럼 때문에 30분 사이에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다. “오해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톤을 조금 낮춰주면 안 되겠냐”, “열심히 하고 있다”, “관심도 많다” 등등등. 기자가 된 후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칭찬을 받기는 또 처음이다. 정말 배울 점이 많고 잘 챙겨주는 타 언론사 선배들이 “잘 했다”, “잘 썼다”, “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등등등 기분이 좋으면서도 짧은 글 하나로 내가 비판한 사람의 밑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누를 끼친 것은 아닌지, 죄송스러운 마음도 든다. 이렇게, 빠듯했던 일요일 출근이 끝났다. ‘기사작성기’를 더블 클릭하지 않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최선을 다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직장 201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