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4

노벨상 시즌 끝

201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이스라엘의 다니엘 셰흐트만 교수가 수상이 결정되던 순간인 5일 저녁 6시 45분. ‘준결정(Quasicrystal)’이라는 단어가 뜨자 어리둥절했다. 대체 뭔 소리인지-_- 기사를 맡은 선배는 교과부에서 연신 우셨다. 정말 우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 시간 안에 8매 분량의 기사를 뚝딱 써냈다. 전날 물리학상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기사를 읽으면서 ‘아’ 하는 감탄사가 계속 나왔다. 짧은 시간에 내용을 이해하고 1600자를 기사형태에 맞춰 쓰는 것. 그저 대단해 보인다. 난 그래픽 설명과 준결정 관련 전문가를 컨택하고 수상의 의미와 일반적인 멘트를 따는 임무를 맡았다. 전문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죄송스럽지만 200번-_-했다.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자취 2011.10.06

깻잎

냉동실에 얼려 있던 곰국을 양은 냄비에 슬슬 녹여 밥을 말아 먹었다. 작년 상곤이네서 맛을 들인 깻잎이 가미 되면 별 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을 쑥딱 비울 수 있다. 이상시리, 깻잎을 과도하게 좋아하게 되면서, 라면을 먹을 때도, 짜파게티를 먹을 때도, 비빔면을 먹을 때도 깻잎이 땡긴다. 징글맞은 공대생들, 내게 영양부족과 철분(?) 과다를 경고한다. 그렇게 일 주일 후. 밥통에 숨어 일주일 째 바깥 공기를 구경 못한 밥알들. 무서워서 밥통을 열어 볼 수가 없다.

자취 2007.07.13

빨래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 놓고 깜빡 잠이 들었다. 허겁지겁 일어나 4층으로 뛰어가 보니 누가 "일시정지" 눌러 놨는지 18분에서 정확히 멈춰 있었다. 쌍. 누구야. 다시 동작 버튼을 누르고 옆 세탁기를 열어보니 누가 아예 전원 버튼을 꺼 놨는지 물에 푹 잠긴 빨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쌍, 누굴까. 예전에 어머니가 오셨을 때 내 세탁기 안에 누군가 여성 비키니 수영복을 넣어 놓고 사라지는 바람에 어머니께서 깜짝 놀라 뛰어 내려오신 적이 있었는데 날카로운 나의 추리력으로 짐작한다면,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 아닐까 싶다. 8시 50분에 나가면 항상 있는 나의 신문이 9시 10분에 나가면 없어지는 일도 역시나 동일범일 것이다. 그 놈이 그 놈이고 이 놈이 이 놈인 세상. 세탁기가 있는 곳과 출입문에 CCTV 설..

자취 2007.06.07

득템

미숫가루를 타 먹을 우유를 사러 갔다가 빙고를 외쳤다. 기존의 1000ml 우유보다 300원이 저렴하며 예전처럼 우유의 존재를 잊고 지내다 버터를 만들었던 뼈 아픈 경험을 방지할 수 있을 정도의 긴 유통기한. 무려 2007년 5월 2일까지다. 물론 신선도는 떨어지겠지만 두 개의 우유를 비교 해 봤을 때 멸균 우유를 선택하는 기회비용이 훨씬 큰 것 같다(아직까지는 그렇다). 우유 관련 득템~!

자취 200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