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92

생각의 흐름 기법

조깅을 한 지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정확히 헬스장 등록이 끝난 6월 10일부터 시작한 조깅. Run keeper라는 어플 덕분에 조깅을 하는 ‘맛’이 생겼다. 등산복-_-과 수영복 바지-_-를 입고 중랑천을 뛰던 나는 어느덧 20만 원 짜리 조깅복과 15만 원 짜리 조깅화, 5만원을 주고 산 암밴드, 달리면서도 빠지지 않는 5만 원 짜리 스포츠 이어폰을 장착하고 중랑천을 벗어나 한남대교까지 7~8km를 달리는 조깅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얼마 전 500km를 돌파했다. 3개월 만에 이룬 성과, 90일 동안 500km를 달렸으니 하루 평균 5km 이상을 달리고 걸은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중 한 100km는 자전거-_-다. 그리고 나머지 400km 중 또 100km 정도는 걷기-_-였다. 운동을 못..

원씨 2012.09.08

건축학 개론

주인공이 납득이의 품에 안겨 엉엉거리며 눈물을 흘릴 때 같이 눈물을 흘렸다. 씨봘,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라며. 첫사랑이 떠올라서라기보다는 2002년 흑석동 파전집에서 쪽팔려하는 친구들을 옆에 두고 맥주잔을 들고 존나게 눈물을 흘렸던 처량한 스스로가 떠올라서. 건축학 개론을 보고 나오면 연인들끼리는 싸운단다. 너 첫사랑은 언제였어? 누구였는데? 어땠어? 만약 한 쪽이 꼬임에 빠져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놓으며 감상에 젖으면 그날은 ‘볼 장 다 본 날’이란다. 특히 상대를 앞에 두고 앉아 고개를 약간 든 상태에서 가늘게 눈을 뜨고 눈동자는 약 15도 밑으로 떨어트리면서 그윽한 표정을 짓는다면 납득이를 찾아가야 될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고 끝을 맺은지 나도 10년이 된 것 같다. 상처를..

원씨 2012.05.18

냄새

시큼한 냄새가 난다. 암내가 나는 사람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독한 냄새까진 아니다. 운동 후 약간 땀이 마른 뒤에 겨드랑이에 코를 쳐 박았을 때 나는 냄새도 아니다. 누군가는 이 냄새를 지방이 타는 냄새라고도 했다. 쉽게 말하면 그냥 ‘아저씨’ 냄새다. 신입사원 시절(전 회사에서, 물론 지금 회사에서도 1년 4개월 밖에 안됐으니 신입사원이지만-_-), 30대 중후반, 40대, 50대인 과장, 차장, 부장님 가까이 가면 하얀 와이셔츠에서 아저씨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 회사도 마찬가지. 담배를 태우던 안태우던, 술을 많이 먹던 먹지 않던, 이 냄새는 ‘아저씨’들의 몸에 배어있다. 어제 아침, 늦잠을 자서 후다닥 걸려있는 옷을 대충 입고 튀어 나가는데 내 코를 간질거리는 아저씨 냄새에 멈칫했다. ..

원씨 2012.03.21

믿음

사람을 믿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믿었다가 뒤통수 심하게 맞고 두 눈 홀라당 튀어나올 법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코를 세게 얻어맞고 흘러내리는 코피가 입술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그 쌉쌀함;;과 같은 느낌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 인생관을 바꾸기도-_- 하고. 핏줄이라는 이유로 무한 사랑과 믿음을 수렴 발산하는 것으로 알았던 가족간의 관계도 ‘패륜’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무너지는 것을 보면 믿음이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이 사람은 언제든 내 믿음을 져버릴 수 있겠구나, 내가 손해 보는 짓을 할 것 같니-_-. 마음 한 공간에 쟁여놓았던 이런 생각들은 실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내가 겪을 아픔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게 뭔가;;’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했..

원씨 2011.06.09

어떻게 살라우

먼저 자신이 원하는 삶만 알아내면 된다. 그 다음에는 그냥 살면 된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뜬금없이 센치;;해 지기는 싫은데 '어떤 삶'을 원하는가, 와 비슷한 질문을 들을 때면 언제나 대답이 머물머물-_- 해 지면서 약간 얍쌀코롬 해 진다. 어렸을 적(응?)부터 ‘뭔 삶을 살까’ 고민을 하긴 했었는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과 내가 속해 있는 이 울타리 안에서 교집합으로 존재할 만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없기 때문일 테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과 철학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지금은 그냥 산다-_- 절충안을 찾은 것이 “사람답고 인간다운” 삶인데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이성을 갖고 있..

원씨 2011.06.02

주4일 근무

휴가를 냈다. 일요일 회사를 출근하면 왠지 이틀 일한 기분이다. 매주 일요일 출근을 밥 먹듯 하시는 팀장님의 체력과 ‘일’에 대한 열의가 그저 대단하게 느껴질 뿐. 눈치가 조금 보이긴 했지만 선배의 말에 힘을 얻어 수요일, 금요일 휴가를 썼다. 물론 어린이날인 목요일 출근-_-과 금요일 아침에는 인터뷰하러 가야해서 99.9%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지만 뭐 어때.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다음주 화요일은 때려 죽여도 못가. 안가. 아침부터 열나게 청소를 했다. 늘어지게 자려고 했는데 잠도 안 오고 머리가 산발이 된 상태로 일어나 방을 보고 있으니 미친년이 이틀은 날뛰고 간 것 같았다. 누나가 방구석에 있던 머리카락을 보더니 한 마디 했다. “이건 일부러 한 쪽에 모아 놓은 거야?” ‘아니...’ 빨래 두 번 ..

원씨 2011.05.04

삶의 방식

누구나 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 몇 년을 살았던 자신이 경험한 인생이 쌓이고 때론 무너지면서 자신만의 개똥철학-_-을 만든다. 학창시절 여드름이 많던 누나가 언젠가 “이제 볼에 여드름 생기면 어떻게 짜야 하는구나, 짜면 흉터는 이렇게 생기겠구나, 이건 기다려야 하는구나, 라는 걸 알 것 같아”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건 아닌가-_- 여튼, 때문에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성격이 너무 예민하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남들이 하는 얘기를 모두 자신에게 대입하던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가(아 꼭 내 얘기 같아-_-) 지인의 “인생 통 크게 살아”라는 조언에 다음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So Cool”(So Sexy, So incredible!) 하면서 대중 앞에서 춤을 출 수는 없..

원씨 2011.05.03

스트레스

오전에 기분을 잡치는-_- 일이 연거푸 발생하면서 약간 스트레스를 받았다. 입맛 밥맛이 싹 사라져 구내식당에서도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사무실로 내려오는데 또 다시 뭔 일-_-이 따악! 생기면서 바이오리듬은 깊고 깊은 심연으로 빠지고 말았다. 짧은 지면기사 하나와 다소 긴 기사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없애야 하는데 금연 하루 만에 라이터를 키는 건 너무 의욕 없어 보여서 말았다. 실은 잔기침이 멈추질 않아서-_-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는 것도 괜찮을 듯. 하여튼 자리에 앉아 삐대다가 잠을 잤다-_- 책상에 엎드려서 10분.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아서 10분. 오, 기분이 나아졌다. 생각해 보니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했던 학창시절엔 잠을 자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

원씨 2011.04.26

오늘 오후에 이 어플 때문에 혼자 미친놈처럼 낄낄거리며 웃었다-_- 확실히 웃음의 역치가 낮아졌다. 어떤 상황이나 대사, 사진이 조금만 머릿속의 이성을 벗어나도 찌릿, 하는 전기 신호가 대뇌를 파고든다. 곧이어 입으로 튀어나오는 웃음. 뭐 나쁘지 않다. 오늘도 늦은 밤-_-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한참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그 옛날 화공과 꽃모델 꽃상곤씨와 야밤에 동대문에서 영화를 보고 학교로 돌아갈 때 걷던 길이 보였다. 여기서 직진하면 학교, 오른쪽으로 돌면 집으로 가는 방향. 학교로 가고 싶은 마음을 잡고 오른쪽으로 돌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사람은 현실을 살아야 해. 자장면이 먹고 싶었는데 견뎌냈다. 어플 속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바꿀까보다. 효과가 좋다. 저녁도 적당히 ..

원씨 201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