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해 정윤
- 윤미루 만큼?
- 내 십년 후를 생각할 때만큼.
- 윤미루 만큼?
- 어렸을 때 형들이랑 함께 외가에 간 적이 있어. 밤에 형들이 어딘가로 몰려가기에 나도 따라나섰어. 형들은 외사촌형과 함께 참새를 잡으러 가는 중이었어. 나는 참새들이 초가지붕 속에서 살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 내 위의 형이 플래시를 비출 때 오들오들 떨던 참새가 지금도 생각나. 웬 참새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형들은 불빛을 받으며 파르르 떠는 참새들을 잡아 양손에 쥐고 있었지.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쥐고 있는 형도 있었어. 참새들은 형들의 손아귀에서 꼼짝 못했어. 나중엔 손이 모자랐어. 형이 짚 속에서 꺼낸 어린 참새 한 마리를 보더니 내 손에 쥐여주며 가지고 있어라 했어. 어둠 속에서 내 손에 쥐여진 어린 참새는 놀라서 파닥거리지도 못하고 잔뜩 움츠리고 있었어. 어찌나 따듯하고 보드랍던지. 나는 참새가 날아갈까봐 슬몇 주머니에 넣었어. 손을 집어 넣어 주머니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참새를 가만가만 만져봤지. 손끝에 닿는 참새의 새털 감촉이랑 체온이 정말 좋았어. 아마도 내가 살아 있는 것들 중의 어린 것을 그렇게 만져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걸. 내 작은 주머니에 꾸물거리는 생명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어.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어. 몇살 때였는지 가물가물한데 그 기쁨이 뚜렷이 남아 있어. 그때의 그 기쁨만큼.
- 윤미루 만큼?
- 형들이 참새잡이에 빠져 있는 중인데 외사촌형이 내게 좀 전에 가지고 있으라고 했던 참새를 달라고 했어. 건네주고 싶지 않았지만 주머니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는 참새를 어둠 속에서 꺼냈어. 보고 싶기도 했거든. 정말 작았어. 아직 날지도 못하는 것 같았지... 한참 만에 외사촌 형이 다시 돌아왔을 땐 참새들이 까맣게 태워져 있었어... 방금 전까지 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따듯한 참새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알 도리가 없었어... 까맣게 그을린 어린 참새를 손에 받아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 보드랍고 따듯했던 참새는 차갑게 변해 있었어. 내가 죽은 것을 처음으로 손에 쥐어본 순간이었어. 그때의 그 슬픔만큼.
- 윤미루 만큼?
- 이 도시에 나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야.... 남대문시장 안을 지나게 되었을 때는 늦은 밤이었어. 포장마차 안에 참새구이가 죽 놓여 있었어. 추위에 떨면서 마지막 술값을 모아 술과 안주를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참새구이를 시키자고 했어. 참새구이? 모두들 반가워했지...모두들 한 마리씩 들고 먹기 시작했지. 그 작은 참새 머리통에 금이 가 있었어... 뭐야? 여기서 철학해? 합류하지 않는 나를 질책하는 기이한 분위기로 흘러갔지. 참새를 씹어먹고 있는 놈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어... 무슨 오기였을까. 머리통 쪽을 어금니로 깨물었지. 내 입안에서 새의 머리통이 오도독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지. 그때의 그 절망만큼.
- 윤미루 만큼?
- 내 십년 후를 생각할 때만큼.
- 윤미루 만큼?
- 어렸을 때 형들이랑 함께 외가에 간 적이 있어. 밤에 형들이 어딘가로 몰려가기에 나도 따라나섰어. 형들은 외사촌형과 함께 참새를 잡으러 가는 중이었어. 나는 참새들이 초가지붕 속에서 살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 내 위의 형이 플래시를 비출 때 오들오들 떨던 참새가 지금도 생각나. 웬 참새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형들은 불빛을 받으며 파르르 떠는 참새들을 잡아 양손에 쥐고 있었지.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쥐고 있는 형도 있었어. 참새들은 형들의 손아귀에서 꼼짝 못했어. 나중엔 손이 모자랐어. 형이 짚 속에서 꺼낸 어린 참새 한 마리를 보더니 내 손에 쥐여주며 가지고 있어라 했어. 어둠 속에서 내 손에 쥐여진 어린 참새는 놀라서 파닥거리지도 못하고 잔뜩 움츠리고 있었어. 어찌나 따듯하고 보드랍던지. 나는 참새가 날아갈까봐 슬몇 주머니에 넣었어. 손을 집어 넣어 주머니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참새를 가만가만 만져봤지. 손끝에 닿는 참새의 새털 감촉이랑 체온이 정말 좋았어. 아마도 내가 살아 있는 것들 중의 어린 것을 그렇게 만져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걸. 내 작은 주머니에 꾸물거리는 생명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어.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어. 몇살 때였는지 가물가물한데 그 기쁨이 뚜렷이 남아 있어. 그때의 그 기쁨만큼.
- 윤미루 만큼?
- 형들이 참새잡이에 빠져 있는 중인데 외사촌형이 내게 좀 전에 가지고 있으라고 했던 참새를 달라고 했어. 건네주고 싶지 않았지만 주머니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는 참새를 어둠 속에서 꺼냈어. 보고 싶기도 했거든. 정말 작았어. 아직 날지도 못하는 것 같았지... 한참 만에 외사촌 형이 다시 돌아왔을 땐 참새들이 까맣게 태워져 있었어... 방금 전까지 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따듯한 참새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알 도리가 없었어... 까맣게 그을린 어린 참새를 손에 받아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 보드랍고 따듯했던 참새는 차갑게 변해 있었어. 내가 죽은 것을 처음으로 손에 쥐어본 순간이었어. 그때의 그 슬픔만큼.
- 윤미루 만큼?
- 이 도시에 나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야.... 남대문시장 안을 지나게 되었을 때는 늦은 밤이었어. 포장마차 안에 참새구이가 죽 놓여 있었어. 추위에 떨면서 마지막 술값을 모아 술과 안주를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참새구이를 시키자고 했어. 참새구이? 모두들 반가워했지...모두들 한 마리씩 들고 먹기 시작했지. 그 작은 참새 머리통에 금이 가 있었어... 뭐야? 여기서 철학해? 합류하지 않는 나를 질책하는 기이한 분위기로 흘러갔지. 참새를 씹어먹고 있는 놈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어... 무슨 오기였을까. 머리통 쪽을 어금니로 깨물었지. 내 입안에서 새의 머리통이 오도독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지. 그때의 그 절망만큼.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장편소설 中-
남자가 여자에게 마음을 전하는 순간. 이렇게 멋진 말로 하는 고백이 정말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준비를 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고백에도 끝까지 '윤미루만큼?' 이라며 토를 다는 여주인공의 질투(?)심.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멋지잖아. 내 경험에 비추어 그때의 그 기쁨만큼, 그때의 그 슬픔만큼, 그때의 그 절망만큼 끌어낼 수 있는 뭔가가 없다. 소재도 하필 비둘기, 오리도 아닌 참새다. 따라갈 수가 없다.
- 몇 년 전 대체 복무를 한 적이 있었. 공무원들이 어딘가로 몰려가기에 나도 따라 나섰어. 공무원들은 새로 차를 뽑아서 함께 고사를 지내러 가는 중이었어. 나는 마티즈보다 더 큰 돼지머리와 시루떡을 그때 처음 봤어. 공무원들이 돼지 코에 돈을 끼우던 것이 기억이 나. 웬 시루떡이 그리 많았는지. 공무원들은 연신 떡을 잘라 내 입에 넣어줬지. 떡 한 판을 한 번에 먹는 공무원도 있었어... 뱃속으로 들어간 시루떡들은 뱃 속에서 요동을 쳤지. 떡 세판과 김치를 미친듯이 먹고 3일을 화장실을 못갔어. 그리고 토요일이왔어. 결국 새벽에 아빠를 깨워 응급실에 함께 갔지. 아빠는 사내 자식이 뭐 그리 엄살이 심하냐며 엄청 화를 내셨어. 근데 정말 너무 아팠거든. 병원에선 이것 저것 검사를 해보더니 이유를 모르겠다며 진통제를 놔줬어. 그러다 뱃속에 있는 것을 모두 꺼내 보자고 했지. 관장을 한거야. 7분 정도 참으라고 했었던 것 같아. 응급실에서, 커튼을 쳐 놓고 아빠는 손에 장갑을 끼고 내 항문을 막고 있었지. 7분이 7시간처럼 느껴지는게 뭔지 아니? 뱃속에선 난리가 났지. 드디어 7분이 지났어. 화장실까지 갈 수 있냐는 간호사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저었어. 내가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불쌍한 표정을 지었지. 결국 헝겊으로 용수철 모양을 만든 것 같은 통을 가지고 와서는 내 엉덩이에 받쳐줬어. 그 통 안에는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어. 아직도 그 기쁨이 뚜렷이 남아 있어. 그때의 그 기쁨만큼.
- 너무 기분이 좋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 3일 동안 묵혔던 시루떡 세판과 김치. 일제 시대가 끝나고 해방의 북을 올리던 순간의 기분이랄까. 생각해봐. 뱃속에 쌓여 있는 불순물들이 정화되는 느낌, 떡 세판의 질량이 몸에서 빠져 나가는 느낌. 눈을 반쯤 뜬채로 희열을 맛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정도 뿜어내고 나니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여긴 응급실이었고 난 단순히 커튼을 쳐 놓고 볼 일을 보고 있었다는 걸 말이야.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보드랍던 용수철 모양의 헝겊은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어. 온 세상에 혼자만 남은 느낌이었어. 그때의 그 슬픔만큼.
-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어. 이 상태로 여기 더 이상 못있겠다 싶었어. 간호사들은 모두 내 또래였거든. 그거 알아?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싶을 만큼 쪽팔린 느낌을. 내 나이 2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커튼 하나로 난 응급실에서 똥을 싼거라고. 죽을 것 같았지. 냄새도 나기 시작했어. 응급실에 누워있던 많은 이들이 날 대체 어떻게 바라봤을까. 간호사가 와서 "다 됐어요?" 라고 묻더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어. 그녀의 코가 킁킁 거리며 나의 배설물의 향기를 쫓고 있었거든. 머리를 쥐어 뜯었어. 바로 그 때였어. '원씨야' 당시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응급실로 들어 온 거지. 순간 내 존재가 산산히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지. 그때의 그 절망만큼.
- 너무 기분이 좋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 3일 동안 묵혔던 시루떡 세판과 김치. 일제 시대가 끝나고 해방의 북을 올리던 순간의 기분이랄까. 생각해봐. 뱃속에 쌓여 있는 불순물들이 정화되는 느낌, 떡 세판의 질량이 몸에서 빠져 나가는 느낌. 눈을 반쯤 뜬채로 희열을 맛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정도 뿜어내고 나니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여긴 응급실이었고 난 단순히 커튼을 쳐 놓고 볼 일을 보고 있었다는 걸 말이야.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보드랍던 용수철 모양의 헝겊은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어. 온 세상에 혼자만 남은 느낌이었어. 그때의 그 슬픔만큼.
-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어. 이 상태로 여기 더 이상 못있겠다 싶었어. 간호사들은 모두 내 또래였거든. 그거 알아?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싶을 만큼 쪽팔린 느낌을. 내 나이 2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커튼 하나로 난 응급실에서 똥을 싼거라고. 죽을 것 같았지. 냄새도 나기 시작했어. 응급실에 누워있던 많은 이들이 날 대체 어떻게 바라봤을까. 간호사가 와서 "다 됐어요?" 라고 묻더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어. 그녀의 코가 킁킁 거리며 나의 배설물의 향기를 쫓고 있었거든. 머리를 쥐어 뜯었어. 바로 그 때였어. '원씨야' 당시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응급실로 들어 온 거지. 순간 내 존재가 산산히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지. 그때의 그 절망만큼.
어때? 이런 나의 스토리도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나? 제길슨.
덧. 참고로 그 때 당시 맹장염으로 인해 그 날 저녁 수술을...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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