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봤다.
술 냄새 풍기며 잠이 든 지난 밤. 꿈에서 ‘개통령’의 멤버 이재훈이 나왔다. 내게 기사의 분량, 기사 쓰는 요령 등을 가르쳐 주더니 갑자기 죽어서 축 늘어져 있는 흰색 쥐를 내 노트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기 시작했다-_-. 뭐하는 것이냐, 하며 대드니 자꾸 “나가라”며 나를 뒤흔든다. 계속 내 몸을 밀치고 쥐를 노트 위에 연신 올려놓으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왼다. 너무 세게 미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시간은 새벽 3시 30분경. 7시 포럼에 참석해야 하는 날, 술도 처마시고 와서 한 시간이라도 더 자야하는데 이게 뭔 일이래-_- 라는 생각으로 다시 누웠는데.
책상 앞에 녹색 빛의 사람 형체가 보였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암호문과 비슷하다. 앞에서 서성이던 사람 형체의 녹색 빛은 마치 춤을 추듯 주변을 서성이다가 창문 쪽으로 사라졌다.
잠이 확 달아날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_- 나이 31살 쳐먹고 어디 그럴 수 있나. 얇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는 대신, 옆으로 돌아눕는 방식을 택했다-_-. 아 무서워.
술자리에서 타 언론사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 ‘프레임’을 흔들어라, ‘밑에 사람’을 많이 만나봐라, 팩트는 ‘한 줄’이다 등.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꽤 많은 도움이 됐나보다. 나로호 사건으로 머리가 어질어질 거리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물론 잘 할 자신이 있다기보다 걱정이 앞서지만), 해롱거리면서도 되뇌었나보다. 결국 개그맨이-_- 꿈에 나타나 기사 강의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귀신까지-_-나타났다. 뭐, 솔직히 귀신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자-_-
중학교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침대에서 자다 눈을 떴는데 검은 그림자가 책상 위에 로뎅처럼 앉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그를? 응시하자 재빠르게 방문 밖으로 튀어 나갔다. 무서워 두꺼운 이불-_-을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이 들었다.
중학교 때는 어떤 상황에서 이런 경험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귀신 목격 후-_- 하루 종일 저리던 머리가 조금 나아졌고 아직 부족하지만 오전에 있던 포럼 기사를 굉장히 빨리 썼다는 것. 의미부여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불안감 같은 것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된 것인가. 맞을까, 아닐까-_-
그것보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고프다. 양복 드라이 맡겨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