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최소한의 예의

방바닥 2007. 6. 3. 23:36

"형 이 친구가 우리과 회장이에요"
"안녕하세요"
"뭐야? 왜 이따구로 생겼어? 솔직히 얼굴이 저런데 어떻게 회장이야?"
"에이 형, 왜그래요~ 원씨야. 원래 그런 형이야. 나 처음 봤을 때도 그랬어"
"아니 진짜로. 회장 얼굴이 아니야. 이게 뭐야?"
"형. 왜 그래요. 하하하"

 내가 알고 있는 형이 형이라고 부르고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인간이, 나를 보자마자 이런 말을 꺼냈다. 나는 "선배" 라는 말에 깎듯이 고개를 숙이고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를 했건만 인사를 받자마자 "왜 이따구로 생긴애가 회장이냐?" 라는 말을 들으니 입은 웃고 있어도 한 마디 하고 싶을 정도로 끓어 올랐다. 옆에 있던 형은 원래 그런 형이라면서 괜찮아 괜찮아 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나는 가만히 웃으면서 그 사람을 쳐다봤다. 그 때 부터는 선배로 안보이고 개 X같은 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화창한 오후에, 낮술을 한 것도 아닌 인간이, 처음 본 나이가 어린 친구에게 다짜고짜 꺼내는 말을 듣고보니 싸가지가 바가지에 예의란 찾을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은 알고 지내고 싶지도 않고 알아봤자 인생에 도움도 안되는 부류다.
 개념이 없다, 라는 말은 이럴때가 딱 어울린다. 서로간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자신만이 잘났다며 자신은 돌보지 않은 채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는 사람들(솔직히 니 얼굴은 인간이 아니었다 이 돼지야).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보내셨습니까?
 사람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인간 관계란 것이 그렇다. 지킬 것은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 그것이 삶을 유지하고 인간 관계를 맺고 끊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독불장군 처럼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라고 말하는 것도 딱 뿌러지니 좋긴 좋다. 하지만 그럴때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길이다. 뭐, 존중하기도 싫다면 할 말 없다.
 내가 남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 만큼, 나 역시도 그만큼의 예의를 받기를 바라는 것. 이 지랄맞은 성격 때문에 요즘엔 화를 자주 삭혀야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나이차가 많은 학생들이 들어오고 세대간의 차이라며 이해해 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씁쓸히 애꿎은 입술만 깨물수 밖에. 쓰면서 생각해 보니, 독불장군은 이런 성격을 고치지 못하는 나 같은 부류에게 쓰는 말이 아닐까-_-; 니부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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