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나의 대통령을 강요하지 마세요

방바닥 2007. 12. 20. 04:10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득표수를 얻고도 낙선한 엘 고어. 그는 그 후  "부시는 나의 대통령" 이라는 말로 뭇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를만한 인간성이 아닌 나로서는.. 그게 말이 되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치르지는 투표. 이는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는 비교적 '합리적' 이라는 조건하에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라 할 수 있다. 다수가 옳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합리적' 이라는 판단은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는 가치의 판단이다. 때문에 소수는 인정받아야 하며 다수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상호간에 토론을 통한 설득이라는 교집합이 존재해야만 한다. 절대로, 소수가 다수에 포함되거나, 다수가 소수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혹자는 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인정할 수 없다, 근조 대한민국,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의 말이 떠도는 것을 보고 "그래서 무슨 생산성이 있겠는가" 혹은 "이런 혼잣말 할 동안에 그를 도와 경제 살릴 생각을 해라" 고 떠들어대지만 역시나, 형만한 아우없다고 이런 이들에게 나는 그 대통령 당선자에 그 지지자라는 말을 되돌려 주고 싶다. "국민은 우매하지 않다", "국민의 50%가 지지했다면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는가" 라고 이야기하는 분들게는 너무 금새 깜박깜박해버린 황우석 사기꾼 사건을 건내고 싶다. 지금도, 그를 지지하던 90%의 국민들이 우매하지 않았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리고 희대의 사기극을 쫑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무자비한 횡포를 받던 소수의 노력덕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앞으로의 미래가 꼭 황우석 사건처럼 끝날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그를 비판했던 소수의 의견은 절대 틀린것이 아니며 존중하고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이 되었기에 여러 비판의 활 사위를 당기고 있을 이들에게 "이명박은 나의 대통령이라고 말해라" 고 강요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고, 대통령이 이명박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싫은 것은 싫은거고 그것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자유롭게 하는 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아닌가. 역시나, 형만한 아우없다고 이명박 만한 지지자는 없는 듯 보인다(그럼 대체 어느 수준인게야).
 나는 도저히 위인 엘고어처럼 "이명박은 나의 대통령" 이라고 말 할 수 없다. 내 양심이 그를 허락치 않으니 제발 내게 "그래도 대통령이야" 라는 소리는 집어 치웠으면 좋겠다.
 혹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생각이 바뀌어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손을 건내며 대화를 시도할지도. 만약 그가 그럴 위인이라면, 나는 어김없이 그에게 "이명박은 나의 대통령" 이라는 소리를 할테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온 사례가 있는데, 사람이 급바뀜을 하게 되면 죽는 일 밖에는 없다고 하니,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이거 난감해서 어쩌나.
 어찌되었든, 나는 다수에서 밀려난 소수로서 좆도 없는 지식이지만 있는 힘껏 다수의 의견을 비판할 것이다. 올바른 다수결의 원리란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사회적 공공의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더해서, 소수가 다수의 의견을 비판하는 권리도 주워져야 한다. 거만했던 이명박과 오만한 한나라당이, 이를 배웠거나, 혹은 알고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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