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운동권 학생들의 딜레마(?)

방바닥 2007. 12. 19. 15:51
 예상했듯이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권을 앞세운 고대공감대 선본이 2년 연속 당선되었다. 공대 학생회 역시 공대 공감대가 차지, 2년 연속 공감대 선본은 고대를 휩쓸며 정말 '잘' 나간다.
 소위 '운동권' 이라 불리우는(단어가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본 두 곳은 다시금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비권이 내세운 '운동권 저리가라~~~~' , '고대생을 위한 총학생회' 라는 말에 또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작년 선거의 경우 두 운동권 선본의 투표율이 공감대 선본보다 많았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두 선본의 표를 합해도 공감대 선본에 미치지 못했으니 만약 단일화를 한다치더라도 선거에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운동권 선본들의 디레마(?)가 나온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나처럼 '비권'인 고대공감대를 싫어하고 '운동권' 이 당선되기를 바랐던 학생들의 몇몇은 아마도 운동권 선본들의 단일화를 원했을 것이고 실제 작년에 그런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단일화' 라는 것. 한 선본을 이기기 위해 두 선본이 합당(?)한다는 것, 가뜩이나 정치를 혐오하는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정치인들을 따라하는 것이냐' 라는 크나큰 역풍을 받지는 않을까.
 하나 더, 아직 출교자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동권 선본들의 당선은 쉽지 않았다. 자유, 정의, 진리라는, 419혁명을 일으킨 원동력인 418혁명을 이끌어내셨던 선배님들을 모시는 우리 고려대학교의 학생들은 "한나라당 이명박"을 지지하며(단순히 교우선배라고 하는 인간들은 개념이 없으니 그냥 접자) 출교자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보수언론의 말에만 귀를 기울일뿐, 소수의 목소리는 들으려는 생각도 없었다. 출교자 사태가 법원을 통해 '학교가 교육을 포기한 일' 이라고 판결이 났음에도 학교는 항소의 뜻을 밝혔고 못해도 현 고대생 중 80% 이상은 그들이 정말 학교를 쫒겨 나기를 바라고 있음이 확실하기에 그들을 안고갈 수 밖에 없는 운동권 선본들의 당선은 많은 학우들에게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이 '독'인 줄 알면서도, '주류사상(?)'에 반하는 줄 알면서도 그들을 안고 자신들의 신념을 묵묵히 이야기하는 운동권 선본들의 그 순수함이 나는 좋다. 제목에 딜레마라고 표현했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선택의 여지조차 될 수 없는 그런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고려대학교에서 나의 선거권은 사라졌다. 나의 마지막 한 표를 던지면서, 그것이 사표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나 역시 그들처럼 순수한 나의 믿음으로 그들에게 한 표를 던졌다. 남은 한 학기. 용기가 없는 나는, 아직 철학과 지식이 많이 부족한 나는 역시나 그들과 함께 할 수 없겠지만 소리없는 지지자로, 조용한 응원단으로, 사회에서 활동을 하는 순간에도 그들에게 한 표를 던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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