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대학생

방바닥 2006. 9. 29. 23:35

요즘 나가고 있는 한 모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을 모셔서 간담회를 열었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유명세 덕에 다소 외소해 보이는 몸짓에 옆집 할아버지같은 친근한 느낌을 받았지만 잠시 뿐이었다. 기자가 없다는 사회자의 말 덕분인지 그는 평소 언론 기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말을 내뱉었고(근래 그의 기사는 모두 읽고 참석했지만 절대 찾을 수 없었다. 하긴, 그런 말이 언론을 탔다간 꽤 큰 파장이 있을 법하다) 그런 모습에 나는 적잖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알만한 대학에, 그리고 아직 어떤 식으로 규정한지는 모르겠지만 "엘리트" 라는 이름 하에 모인 젊은이들이었건만, 비판적 입장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예의를 차린 것일 수도 있지만 연발하는 "존경하는.." "영광입니다" 식의 말이 이어졌고 모임이 끝난 뒤 인터넷에 둥둥 올려진 후기에는, 칭찬 일색일 뿐이었다.

문득 조정래의 '한강' 을 읽을 때 느꼈던 감동과 울림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419 시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작가의 능력 또한 한 몫 했겠지만 내 또래, 심지어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419혁명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것은 사회를 바라보는 내 시각에 대한 반성과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에게서는 그런 것을 찾기가 힘이 든다. 나 역시 이런 말을 할 능력이나 사상적, 의식적으로 똘똘한 인간이 아니건만, 봉사활동을 이야기 할 때 "취업" 이 따라다니고 기업 입학 학원이 되어가는 학교에 대해서 그 어떠한 비판도 없을 뿐 아니라 학교를 망치고 있는 총장에게 무한한 아량을 베푼다. 심지어 그와 만난 것을 가문의 영광이라나 뭐래나.

쓸쓸하게도, 아직도 내 주위에는 '파업' 하면 노동자를 욕하고 '시위' 하면 한총련을 욕하며 미국과 박정희를 찬양하는 이들이 많다. 책을 선물한다거나 술자리에서 던지는 농으로 가까운 친구들의 획일화된 시선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돌려보고 싶은 노력(?)은 아직 나의 부족한 말발과 지식으로는 버거운 일이다.

그 나라의 지성인이라는 대학생. 대학생의 다수가 이런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우울해질 것 같다. 아, 더군다나 그제 모였던 친구들은, 이 나라를 이끌 차세대 리더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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