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마지막 학기

방바닥 2008. 5. 20. 02:11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참으로 거창한 계획들을 몇 가지 세웠었지만 이건 뭐. H기업의 합격증을 진작에 받아 놓고도 예전부터 '재료과의 ACE 만 갈 수 있다는 P기업' 의 아성과 애초에 갖고 있었던 감상에 젖어, 그리고 동경했었던 또 다른 기업의 면접에 쩔어 화려할 것이라고만 여겼던 마지막 학기의 환상은 이제 슬그머니 잦아 들었다. 한 달 남았다. 만약 P기업의 입사가 확정 된다면 6월 23일부터 연수에 들어가게 되고, 만약 그것이 실패한다면 나는 또 다른 기업의 시험 준비로 6월 한달을 보내게 생겼다. 결국 이래저래, 대학 생활의 마지막 낭만이란, 바로 면접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입실렌티 역시, 멋드러지게 면접 날짜와 겹치면서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게 KTX에 몸을 맡겨야 할 신세가 되어 버렸다. 언제나 입실렌티를 앞두고는 두 장의 표를 구매해 놓고 필요 없어 질 경우 팔거나 친구에게 주곤 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사지도 않았다. 23일 면접이 끝나고 서울로 바로 올라온다 해도 못해도 10시, 11시는 되어야 떨어질 것 같으니, 신나는 응원으로 스트레스 좀 날려버리려던 나름 대학의 마지막 응원 낭만 역시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다. 역시나 뒤늦은 술자리에 알콜과 담배에 쩔어, 08학번, 07학번의 신입생들에게 치여, 그저 그렇게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 갈 듯 하다. 일어나는 즉시 공과대학 설명회 준비를 해야 하니, 뭐, 이렇게 끝나는구나.
 그러고 보니, 한림원에서 받아온 토론회 및 조찬간담회 교정작업 역시 손도 못댔다. 최소 목요일까지는 마쳐야 하는데 이제 화요일, 목요일까지 있을 과제와 곧 나타날 신소재융합 발표과제가 더해지면, 말 다했네. 어이쿠. 그나마 간간히 억지로 시간내며 놀았던 순간까지 줄여야 한다니 참.
 역시, 별거 없었다. 놀 생각으로 한 학기를 더 다니고픈 마음도 없고 탓한다면 1학년때 오지게 놀아 마지막 학기에 16학점을 들어야만 졸업이 된다는 나의 현 상황을 책망할수밖에.
 그렇게 끝이 날 것 같다. 대학 8학기 동안 내가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간 나는 처음 입학했을 때의 나보다 더 나은 걸음걸이를 내딛고 있는 것일까. 모든 것이 아리송하기만. 이렇게 또, 황금같은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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