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바쁨주의

방바닥 2007. 7. 21. 04:01

"각자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분주하다면, 좋은 징조죠. 최소한 자신에 대한 후회도 없을 테고, 언젠가 엄습할지도 모르는
슬럼프에도 당당하게 대비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바쁘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여타 대학생과 다르게 '차별화'를 이루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바쁨주의'는 어떨까요? '바쁜 것'외에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오로지 바쁠 때는 무언가를 이뤄낸 것 같아 보람을 느끼지만 그 반대라면 불안해지고 회의에 휩싸입니다. 오로지 바쁠 때는 사람과의 관계가 유쾌하고 헤어지기도 아쉽지만, 그 반대라면 사람이 거인같이 보여 두렵기만 합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면 바쁜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틈틈이 쉬어가며 행위의 '이면'을 관찰하며 사색하는 것도 하나의 심리적 주전부리거리입니다.
바쁜 와중 5분의 시간을 들여 지나가는 행인을 관찰하길 권합니다. 버스 유리창에 의지해 졸다 눈을 비비고 보니 까치머리가 된 사람들. 바지가 너무 작아 엉덩이에 꼈는데 ‘당당히’ 걷는 사람들. 몰래 보고 웃음을 훔쳐보자고요. 통쾌한 에너지가 솟구치기에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하핫. 무엇을 얻기 위해, 깨닫기 위해, 이뤄내기 위해 '바쁨주의'에 빠질 것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바쁘고, 분주하고, 정신이 없으시다면. 잠시 쉬어가길 권합니다. 살아가고 싶은 인생도 중요하지만, 살아가고 있는 인생 역시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이신영 -바쁘다와 바쁨주의-

 집에 내려와 불과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tv를 보거나 철 지난 만화책을 끄적이거나 책장을 살피며 읽었던 책들을 뒤적이다 보니 '지금 나는 뒤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서 빨리 학교로 돌아가 과도관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불안한 생각이 나를 감쌌다. 집에 내려오는 가방을 싸면서 일요일에 있을 토익 대비를 위해 책 한권 서둘러 싸가지고 왔건만, 가방 한 번 열어보지 않았던 게으름을 비난하며 책상에 앉았다. 아뿔사, 오늘까지 해야 할 연구장학생 과제와 다음주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칼럼 기획안, 수정해야 하는 CEO 포럼 정리글, 카이스트 세미나 조별 토론 정리, 인재제일 과티 비용 송금, 인터뷰  교수님 컨택, YEHS 블로그 업데이트를 위한 인터뷰 질문 정리, 연구장학생 상담과 겹쳐버린 인재제일 기획회의, 다음주에 있을 YEHS Econo 소모임 관련 강의실 잡는 문제와 또 겹쳐버린 학생회 LT, 일주일 미뤘던 금요일의 약속과 읽지 않은 신문들,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모니터를 켜고 하나하나, 차례 차례 지워나가며 쉬면서도 무언가 불안했던 원인을 찾아낸 것 같아 살짝 기뻤지만 그 때 문득 신영이의 글이 떠올랐다. 현재 모신문사에서 인턴을 하며 가장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 친구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지고 말았다. 언제나 환한 미소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삶을 대하는 그의 낙천적 성격과 부정적 생각 한보따리 가득 등에 짊어지고 스트레스 완빵 받으면서 삶을 헤쳐 나가는 나의 모습. 같은 열개의 사과를 먹으면서도 그는 9개나 남았네, 8개나 남았네 라는 생각을 하는 반면에 나는 9개 밖에 안남았잖아, 8개밖에 안남았잖아를 연발하고 있었다.
 손을 놔버렸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들어와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철지난 영화를 시체처럼 누워 끝날 때 까지 보았다. 갑갑한 자식. 5월초, 한의사 선생님께서 내게 하셨던 말이 떠오른다. "관상보니까, 참 오래 살 얼굴인데 스트레스 받아서 일찍 죽겠네. 자기가 자기 성격 잘 알죠? 할 일 많은데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과 하기 싫다는 게으름 사이에서 스트레스 완빵 받고, 그래서 결국 해내고 나면 성취감은 있지만 몸과 정신은 지치고"
 바쁨주의에 빠져 있던 나. 무조건 바쁜 것이 좋으리라 생각했고 그래야 뒤치지 않고 앞서 나갈 수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성큼성큼, 앞만 보며 걷는 넓은 보폭이, 그래서 빨랐지만 힘은 없었다. 여유로운 삶, 바쁨주의에서 탈출하는 삶. 언제나 부정적 생각을 머리속에 한아름 품고 사는 내가 가장 빨리 배워야 하는 삶의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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