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양말

방바닥 2011. 1. 17. 00:28
요즘들어 양말에 빵꾸가 종종 발견된다. 심지어 그제는 양쪽 양말에 빵꾸가 나는 쌍빵구를 발견, 저녁 먹는데 신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괜히 빵꾸가 난 부위를 발가락 사이에 껴서 발랄하게 장난을 치는 듯, 쭉쭉 미끄러지며 걸었다-_- 오늘 잠깐 집을 나서면서 들어오는 길에 양말을 한바구니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아차, 나도 모르게 반짇고리를 사고 말았다. 이 놈의 머리가 희한한게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양말 빵꾸 - 새 양말'의 연결 고리가 '양말 빵꾸 - 꼬매 신어'의 흐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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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반짇고리


결국 요 놈을 사들고 와서는 중학교 가정 시간에 했던 시침질 박음질 등을 기억해 내고 꼬매기 시작했다. 빵꾸의 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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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엉덩이 철푸덕 자리에 깔아 놓고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열심히 꼬맸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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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 꼬매니까 귀찮아서 그냥 말았다. 아, 내 양말을 꼬매주며 "자기 양말은 왜 이리 빵꾸가 날까?" 하며 미소를 건내는 내 짝은 지금쯤 대체 어디에!? 미쳤다-_-
왜 자꾸 뚫어질까, 하며 발가락을 살펴보니 제길슨. 발톱이 길다-_- 이러니 양말을 뚫고 올라올 수밖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내 몸무게를 지탱해주고, 나를 여기저기 날라주는 발톱을 정성스레 깎았다. 예전에 축구 하다가 뽑힌 발톱은 여전히 색이 약간 탁하다. 한 세 번 뽑혔었나. 그래도 살겠다고 삐져 나오는 발톱의 생명성에 경외심을 느낀다.

일요일이 끝났다. 토요일엔 참 바삐 돌아다녔고 일요일엔 적당히 해야 할 일을 버무려 알차게 보낸 듯 싶다. 양말도 꼬맸으니 낼 아침 양말 걱정도 안해도 될 듯. 또 바쁜 일주일이 다가온다. 다가오는 토요일엔 발표하러 갔다가 큰외숙모 생신, 아, 아침에 학원까지. 놀 건덕지가 없어 약간 서글프다. 일요일엔, 아마 '회사일'과 관련된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 이닦고 자야 할 시간. 슬프다. 처량하다.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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