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 재밌는 영화, 연극 같은 것을 보러 놀러다니는 것은 좋아하지만 때가 됐다고 날잡고 바리바리 싸들며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가 다 가는 것을 따라가는 듯한 기분이 그닥 탐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갖은 오만상을 다 찌푸리는 일 역시 그닥 즐기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 이라는 단어를, 친구들과 단체로 놀러가거나 물놀이, 스키, 콘도여행, 말축구단 전지훈련등에 쓰는 것은 '아니' 라고 생각한다. 또 여기서 나타나는 '꼴에 있는 꼴 없는 꼴 다 부리기' 라고 공격한다면 할 말 없지만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내가 가담하고 있던 곳의 세상을 정리하고 잠시 새로운 세계 속에서 전혀 다른 나를 경험해 보는 것을 '여행' 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2001년도 겨울. 수능을 끝내고 인터넷으로 요기조기 알아보다 무작정 떠났던 보길도 여행. 잘 곳이 없어 교회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며 보길도로 들어가 산을 오르며 의도치 않게 밥을 얻어 먹고 버스로 30, 40분 걸리는 거리를 잘못알아듣고 하루 종일 산속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걷기도 했다. 숙소를 잡고 바닥에 앉아 지난 1년을 정리하고 앞으로 펼쳐질 대학생활을 노트에 그려 보기도 했으며 소주 한 병을 사다 놓고 홀로 술 잔을 비우며 어두운 산 속을 걷기도 했다.
3박 4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아직도 내 26인생에서 진정한 '여행' 하면 '보길도'를 떠올릴만큼 머리와 가슴에 짙은 자욱을 남겼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하루 종일 아무 말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시간들이 끝을 보이고 이제는 화려하디 오지게 화려한 대학생의 여름 방학을 맞이하려 하니 그간 꼭 가고 싶었던, 그리고 무조건 떠나고 싶었던 욕망이 슬슬 고개를 쳐 올리려 하고 있다. 대학때 금강산을 꼭 가보고 싶었다만 짜여진 스케쥴대로 이동해야 하는 동선이 싫고 또, 가격이 비싸다-_-; 최소 둘 이상 같이 신청을 해야 하는 것 같은데 혼자 가려는 여정에 불청객이 끼는 것역시 별로. 결국 또 다시 남한쪽의 산과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려야 할 것 같은데 벌써 살짝쿵, 기대가 된다. 예상 일정은 3박 4일. 무작정 계획없이 날라다니고 싶지만 워낙 소심하다보니 어느 정도의 계획을 짜고 발걸음을 옮겨야 겠다.
아. 인생에서의 두번째 여행.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