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주적

방바닥 2008. 5. 24. 15:18
"그럼 객관식으로 자네에게 질문 하나 하겠네.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이 중에 주적이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주적' 이라는 개념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바로 '소멸' 이었다. '주된 적' 이라는 의미의 주적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쁠 뿐만이 아니라 북한을 일단 '적' 이라는 생각으로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는 북한과의 모든 일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평소 생각이었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돌아가기에 적에 대한 구분이 시대에 따라, 필요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물론, 분단국가인 현실을 무시할수는 없을 것이다. 총부리를 겨누고 대치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기에 그들과 적:적 으로 맞설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꼭 '주적' 이라고 부르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이 나의 개똥철학이었다. 때문에 '주적' 이라는 냉전 시대의 낡은 개념은 사라져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대답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다. 후회도 없고 미련도 남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있나?' 라는 질문으로 쇠고기 문제로 들어간 모든 압박 질문에 나름 꽤 상세한 이유와 예시를 들며 '나름 승' 을 외쳤기에 그들의 허탈해 하는 표정도, 길다란 한숨도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 단지 같이 들어갔던 지원자들에게 나로 인해 면접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그들에게 많은 질문이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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